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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세계는 AI전쟁 중…기술혁신으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혁신하라
미국·중국·일본, 수 조원 투자…한국, 전문가 양성·연구체제 경쟁 도입 필요
2017-01-30 10:41:20 2017-01-30 10:41:20
연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CES 2017(Consumer Electronics Show) 전자박람회의 소식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경쟁국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이 우리보다 크게 약진했기 때문이다. 참여기업 중 3분의1이 중국 기업이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첨단 분야에서도 개최국인 미국과 당당히 겨루고 있다. 이 박람회에서 중국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특히 AI와 관련해 중국의 딥러닝 관련 논문 생산은 미국보다 35% 더 많다. 바이두 한 회사가 2014년 한 해에 1조7000억 원을 AI연구에 투자했다고 하니 놀라움 정도가 아니라 두려움을 준다. 그렇다면 한국의 AI는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을까.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KAIST 명예교수)의 진단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4차 산업혁명은 그 변화의 깊이와 폭, 그리고 속도가 예전의 것과 크게 다르다. 이 변화의 핵심에 AI기술이 있다. AI는 이제 자본, 노동과 같은 수준의 새로운 생산요소로서 인식되고 있다. 더 이상 AI를 생산성 향상의 단순한 촉진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AI의 경제효과는 미국의 경우 2035년에 8500조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두 배가 되고, 노동생산성은 35%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맥킨지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제효과는 2030년에 460조원이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효과는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AI의 영향력에 주목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미국은 총 3조5000억 원을 AI 기초연구에, 일본은 AI 연구전략센터를 설치하고 1조400억 원을, 유럽도 1조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의 투자 규모는 놀라움 그 자체다. 앞으로 2년 동안 1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런 투자에 힘입은 AI연구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딥러닝(Deep Learning) 주제의 논문 수는 2년 사이에 여섯 배로 늘었다. 영상인식, 음성인식, 바둑 등에서 AI는 사람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대책은 단순히 기술개발 전략만이 아니다. AI가 가져오는 경제, 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 노동, 복지, 법·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재설계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정부 연구조직이 힘을 합해 연속적으로 AI 전략에 관한 정책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 정부도 최근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발표했다. 이 대책은 지능정보기술을 AI와 기존에 추진하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정보기술의 복합체로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지능정보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국가의 근간서비스에 선제 활용해 전 산업의 지능정보화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도 앞으로 10년간 지능기술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미래부에서 발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발표와 많이 다르다. 미래부의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다. 예산 당국과 국회의 협의를 거치면서 가차 없이 삭감됐다.
 
연구비 투자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AI에 대한 국가 연구비 규모에서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가전략과제로 연 500억 원 규모의 AI 연구사업을 기획했는데 국회에서 85억 원으로 삭감됐다. AI 공통기술을 개발할 목적으로 기업들이 힘을 모아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이라는 공동 연구소를 설립했지만 정부지원금은 한 푼도 없었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AI의 가치와 시급성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AI 기술 확보를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최근 발표된 미국의 전략을 참고해 보자. 이 전략은 7개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겠다. 둘째 사람과 협동하고 능력을 증강시키는 AI에 집중하겠다. 셋째 AI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고 대처하겠다. 넷째 AI 시스템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도록 하겠다. 다섯째 기계학습과 테스트에 사용할 수 있는 공유 데이터 세트를 개발하겠다. 여섯째 표준과 벤치마킹을 통해 AI 기술을 측정하고 평가하겠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 인력의 요구 사항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겠다. 등이다.
 
한국의 AI 기술 능력은
한국의 AI 확보 전략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의 AI 수준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어떤 정부 산하기관에서는 우리의 AI 기술이 선진국 대비 2년6개월 뒤쳐졌다고 했다.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 또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는 미국의 75% 수준, 유럽과 일본의 90% 수준이라고 한다. 이 또한 근거가 불분명하다. AI 기술을 로켓과 같이 장비를 만드는 기술로 이해하는 것 같다. 부품의 몇 %가 국산이냐가 근거일까.
 
AI의 상위 개념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우리는 세계 시장의 1% 규모다. 국가 순위는 17위다. 스위스의 한 은행은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의 준비에서 25위라고 발표했다. 통신인프라에서 1·2위를 다투는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미국의 20분의1, 일본의 10분의1 수준이다. 최근 AI의 핵심주제인 딥러닝에 관한 논문 게재비율도 흥미롭다. 2015년 우리 연구원들이 생산한 논문은 25개로 중국의 14분의1, 미국의 10분의1 수준이다. 국가 순위로는 10위다.
 
우리의 AI 능력을 주관적으로 평가해보면 AI 신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많지는 않지만 일부 교수 연구실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 논문도 생산한다. 다행히도 AI의 글로벌 연구는 전통적으로 적극적인 개방 분위기다. 논문은 물론 소스코드도 즉시 개방하는 것이 이 분야만의 특색이다.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Alphago)를 만든 기계학습 알고리즘도 즉시 개방됐다. 많은 기금으로 운영되는 개방형 연구 후원단체도 다수 있다. 공개된 논문과 소스코드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별거 아니다. 따라서 유사한 문제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능력은 우리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가 많이 부족하다. 즉 AI상품이나 서비스를 신속히 만들 능력은 부족하다. 창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는 시도조차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한국의 AI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원과 능력이 부족한 우리의 전략이 미국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미국의 선례를 따라가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능력이 부족한 후발 주자는 통상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한다. 모두 다 할 능력이 없다면 AI 분야 중에서 우리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한국어, 한글 등 한국적인 것은 우리가 연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좁은 국내 시장을 보고 누가 스스로 투자하려고 할까.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
 
AI능력 확보를 위해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전문가 양성이다. 그러나 AI전문가는 물론 컴퓨터 전공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 전공의 학사과정 정원은 55명으로 공과대학 총 정원의 7%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스탠포드(Stanford)대학은 공과대학 정원 44%, 660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 전공은 최고의 인기 학과다. 중국은 2000년부터 전국에 35개의 소프트웨어 스쿨을 설립해 기존 학과와 별도로 연 2만명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중국의 신기술 창업 붐을 이끌고 있다.
 
깊이 있는 AI를 연구하는 곳은 결국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이다. 그렇지만 국내 컴퓨터 전공 대학원 학생 중에서 AI 전공자는 극히 일부분이다. 학과 총 정원의 약 10분의1에 불과하다 서울대 석사 입학 정원이 40명이니 1년에 4명 정도의 학생이 입학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원의 정원은 물론 AI 전공 교수도 적극 충원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AI를 전공하고 졸업한 석·박사급 전문가도 현장에서 계속 경험을 쌓아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AI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나 연구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성공사례가 보도되면 급하게 해외 인력을 찾아 데려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력조정을 하는 것이 우리 대기업의 관행이었다. 국책연구소의 경우 고용 경직성 때문에 오랫동안 신규 인력 채용이 거의 동결됐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AI 연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으로 AI 연구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대학원에서는 AI 전문가를 적극 양성하고 기업과 연구소에서는 이들이 경력을 쌓아 고급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
 
강력한 컴퓨팅 파워 제공 또한 AI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기계학습은 이제 모든 기업에서, 모든 학문분야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대학이나 중소기업에서도 기계학습을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분산처리형 컴퓨터를 원격에서 사용해 기계학습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AI 능력 확산에 필수적이다. 컴퓨터 시스템은 우리가 구성하여 만들어도 되지만 해외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AI 발전을 도모하는데 있어서 심각한 장애는 학습데이터의 부족이다. AI 성능은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어느 정도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이는 국내용이고 공유되지 않는다. 공공데이터 공유 전략을 시작으로 범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 확보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국비를 들여서라도 기계 학습을 위한 각종 데이터를 생산하고, 또 원활한 데이터 유통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혁신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은 AI로 인한 혁신과 변화가 일상화되는 시대가 도래 했다. 그래서 미국은 ‘기업과 근로자의 창의력 발휘’를 지능정보사회의 으뜸 대책으로 설정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창출과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 기존의 회사들과 경쟁하고, 혁신이 혁신을 낳는 생태계를 추구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지능정보사회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다.
 
지금 우리나라의 혁신체제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구라고 하면 대기업이나 정부 연구소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 생산성이 극도로 낮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 투자는 절대규모 면에서 세계 6위권, GDP 대비하면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연구 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다. 대기업은 기초기반 기술에 투자하지 못하고 공공 연구소는 나태하다.
 
우리 공공연구소의 연구 생산성이 낮은 기장 큰 이유는 노동 경직성 때문이다. 20대에 취업하면 60대가 넘도록 한 연구소에 머무른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연구소는 옛 사람으로 옛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경쟁력을 상실한 정부 출연연구소들의 국가 연구과제 독점체제는 국가 경쟁력의 심대한 장애 요인이다.
 
기술전수는 힘들다. 특히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전수는 특히 힘들다. 소프트웨어 기술 영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영역에서도 연구 결과가 이제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창출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특허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출연연구소에서 연구해 넘겨줄 테니 기업들이 이것으로 돈 벌어오라고 하는 60년대식 국가 혁신체계는 수명을 다했다. 바람직한 것은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이 그 결과를 갖고 산업체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지능정보사회에서는 고용형태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다. 계약직, 시간제 등의 비정형적 형태가 확대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유연한 고용제도를 받아 들여야 한다. 공공 연구소에서부터 철밥통을 깨야 한다. 고용 경직성은 경쟁을 저해하고 불평등을 야기한다. 창업과 채용을 기피하게 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문제의 해답은 연구체제에 있어서 경쟁체제 도입에 있다. 이를 위해 민간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M&A와 이직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술이 전수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경우 소수의 핵심 엔지니어가 창업해 기술을 개발하고 구글(Google)에 인수됨으로서 기술을 전수했다. 애플(Apple)의 시리(Siri)도 SRI에서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을 아웃소싱한 것이다.
 
우리도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의 창업을 촉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들이 출연 연구소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데 있어서 민간 기업에 대한 불공정 요인을 제거해 공공연구소와 공정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지능정보사회를 맞아 우리의 국정 방향을 다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이 젊은이들의 창의력 발현 촉진에 맞추어져야 한다. 교육도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규제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공공에서 민간이 해야 할 서비스를 직접 수행함으로써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긴장감이 없는 공공의 직장이 창업하려는 젊은이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또 전문성보다는 공정성에 집착하는 국가 R&D 평가제도는 과연 정의로운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지능정보사회를 위해 우리의 혁신 생태계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작년 3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이세돌-구글 알파고 대국' 5국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를 대신해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인 아자 황 박사가 바둑돌을 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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