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역습)국익 무너지는데 '반중'만 부추기는 나라
중국 전역서 한국기업 대상 무차별 보복…산업전반으로 피해 확산 중
정부, 국민피해 외면하고 대중국 대결 분위기 조성 열중
"예상밖 강경한 보복…배치 중단하고 관계 풀어야"
2017-03-10 06:00:00 2017-03-10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외교·안보에 큰 이득을 줄 것이라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무차별 역습을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에 나간 우리 기업과 관련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진출 기업은 3500여개인데, 7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이어서 중국의 보복을 견뎌낼 여력이 있을지 우려된다. 사업 기회를 찾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중국에서 영업이 정지된 롯데마트는 전체 점포 99개의 절반이 넘는 55곳에 달하고, 영업손실 추산액만 최소 500억원이다. 중국의 보복은 항공, 화장품, 물류, 여행업 등 다른 업계에까지 전방위로 확산 중이고, 화장품 등 일부 품목은 통관에서부터 걸러져 중국 문턱을 못 넘고 있다. 대중국 수출과 유커들의 한국관광도 막히면서 대형면세점뿐 아니라, 동대문 일대의 영세 봉제공장들까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 진출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찬바람이다. 수백억원에 팔려나간 한국 방송 컨텐츠들은 삭제됐고, 엔터주 주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불과 1년 사이 SM의 주가는 41.73%, YG는 28.40%까지 하락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엔터주는 바닥을 쳤지만,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면세점, 식음료, 의류 등 많은 업종들은 이제 시작으로 증시가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이 몰려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이처럼 사드에 대해 철저히 보복을 가하는 것은 '사드'를 비롯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21세기 최대의 전략적 위협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사안 자체가 아니고, 중국은 더욱 가혹하게 보복 수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미군 스스로 사드는 미국의 MD 체계(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이며,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한다"고 지적했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중국은 가뜩이나 사이가 나쁜 미국이 사드를 통해 자기 안방을 들여다본다고 생각해 단단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6일 사드 발사대 등 일부 장비가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하고 관련 산업이 치명타를 입는 중에도 버젓이 장비를 들여오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욱식 대표는 "정부는 최대한 대선 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사드를 되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라며 "대선이 가까워지자 사드 문제를 최대한 띄워서 안보 대선으로 가려는 계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막대한 피해를 못 본 척하며, 대국민 단결과 반중 감정 부추기기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인 일본도 경제적 보복을 당했지만 피해가 적었다"거나,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버텨내면 극복할 수 있다", "우리도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식의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선 경제력에서 3배 정도 차이가 나 경제적 피해를 견딜 내성이 다르다. 또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이지만 한국은 90%에 이르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우리가 일본보다 2배 가까이 높다. 경제 보복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김종대 의원은 "정부가 중국과 문제를 풀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다"며 "그저 감정과 자존심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어떤 전략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사드 배치 강행을 막고, 중국과의 관계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종대 의원은 "사드 배치가 되더라도 소파협정에 따라 한쪽이 철회를 원하면 재검토할 수는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당장 유력후보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지금부터 배치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욱식 대표도 문재인 전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당장 소파 규정에 따라 미국에 재검토를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유력 후보들은 사안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이 이슈에서 몸을 빼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안 자체가 불리해 잘못 말려들면 대선 정국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우리 경제의 피해가 현실화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누구도 이를 막아나서지 않는 답답한 현실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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