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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 '술 안권하는 사회' 풍토에 '혹독한 겨울'
술 소비 위축에 수익성 악화…구조조정·임금삭감 등 칼바람
2017-03-22 06:00:00 2017-03-22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주류업계가 '혹독한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세계 1위 소비국인 우리나라 안에서 오랜 기간 호황을 누리던 주류회사들이 악화된 실적 탓에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 비용절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술 안 권하는 사회'로 풍토가 바뀌며 '국민 술'로 여겨지던 소주마저 소비가 줄기 시작했고, 국산 맥주 시장은 수입 맥주의 공세로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여기에 국내 양주 소비량은 음주 문화 변화로 8년 연속 하락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는 최근 5년만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배경은 역시 악화된 수익성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매출액(1조8902억원)과 영업이익(1240억원)은 전년대비 각각 0.9%, 7.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맥주부문은 전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되며 지난해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주류업계 불황으로 인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한다는 차원"이라며 "강제적 구조조정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비맥주의 경우에도 지난해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138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위스키 시장도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166만9587상자(1상자는 500㎖ x18병)로 전년보다 약 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284만 상자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내리막길 중이다. 
 
위스키업계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의 술자리와 접대 문화가 크게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업체별로는 오랫동안 디아지오코리아와 함께 양강 구도를 유지해온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몰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윈저' 제조사인 디아지오코리아가 60만9999상자를 판매해 1위를 고수한 반면 '임페리얼'을 생산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전년보다 19.5%나 급감한 35만6261상자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시장점유율은 당연히 추락했고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수익성이 악화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6월 직원 4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오는 7월 서울 강남(서초동)에 있는 사옥을 강북 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위스키 업체가 '유흥1번지' 강남을 떠나 강북으로 사옥을 옮기는 것도 결국 비용절감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페르노리카 외에도 세계 3위 주류업체인 바카디의 한국법인 바카디코리아는 지난 8일 한국 시장에서 이달 말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씁쓸한 퇴장을 알리기도 했다.
 
전통주 업계도 주류시장의 한파를 그대로 체감하고 있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수도권 공략을 거세게 펼쳤던 보해양조(000890)는 최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직원 임금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1월, 20대 여성 3세 경영인으로 주목받으며 취임했던 임지선 대표(30) 체제 이후 수도권 시장 공략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 실적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보해양조에 따르면 올 1월 사측과 회사 임직원들은 별도의 임금 반납 계약을 체결했다. 직급별로 대표이사 등 임원진은 20~30%, 직원들은 10%의 임금을 자진 반납했다.
 
보해양조측은 지난해 실적 부진 극복을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 보다는 고용 안정화를 고려해 임금 반납이라는 고육책을 선택했고 이익 발생시 반납한 임금을 돌려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 경영상황을 고려할때 임금 반납이 아닌 임금 삭감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종을 막론하고 술 소비량이 줄고 있는 추세 속에 주류회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침체와 불황이 지속되는 한 주류시장의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이트진로 CI. 사진/하이트진로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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