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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대 채권단 ‘줄다리기’ 팽팽
변수는 대선 및 노조…매각 지연 카드로 법적대응 유력
2017-04-06 17:48:53 2017-04-07 10:58:29
 
[뉴스토마토 이재영·구태우 기자] 박삼구 회장과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앞에 둔 박 회장으로선 해외로의 매각을 지연시켜 어떻게든 판을 뒤집어야 한다. 우선매수청구권 기한 이전에 매각중지 가처분 소송 제기가 현재로서는 유력한 카드다. 차기 대선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뜻밖의 우군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6일 “변동된 사안이 아무 것도 없다”며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인 19일을 넘기면 예정대로 더블스타에 매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강경한 태도에 박 회장 측은 고심 중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더블스타와의 인수계약 확약서 등 관련 공문을 아직 수령하지 못해 계약에 대한 세부 조건을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진행할 수 없다”며 “채권단 측의 19일 기한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을 위한 방법이나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더블스타로 넘어간 이후에는 박 회장 측이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인수 무효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때문에 재계는 박 회장 측이 기한 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내다본다.
 
매각이 지연되면 박 회장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각 당 후보들은 호남 민심을 의식, 해외 매각을 반대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박 회장 측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정치권 인맥이 넓은 박 회장으로선 차기 대선이 반전의 기회"라고 귀띔했다. 박 회장이 시간을 끌 수단은 법적 대응 외에 마땅치 않다. 다만,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해 부담도 적지 않다. 소송비용도 박 회장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원군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노조는 박 회장 측을 지지하진 않지만, 더블스타에는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금속노조금호타이어지회는 최근 산업은행에 더블스타의 고용보장과 국내 공장에 대한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계획 공개를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비밀협약 때문에 관련 내용 공개 여부를 더블스타와 협의 중이다. 노조는 회신이 없을 경우 적극적인 매각 반대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4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산업은행에 요구했는데 아직 회신이 없다”며 “다음주 산업은행 측과 면담하고 여의치 않으면 파업은 물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박 회장 측(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어, 더블스타가 인수할 경우 브랜드 사용이 금지될 것을 우려한다. 브랜드가치가 떨어지면 더블스타가 내수 기반이 강한 중국 공장만 유지한 채 국내 공장은 축소하거나 폐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산 저가 타이어가 국내에 난입해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노조는 지난해 사측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요구해 39일 동안 파업하는 등 날카롭게 대립해왔다.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 대신 처우 개선 방안을 제시해 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됐다. 노조는 박 회장 측에도 인수 전제로 경영 투명성 보장과 투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못 박았다. 금호타이어 임직원은 모두 5000여명으로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근로자 수는 2만여명에 달한다. 국내 공장은 곡성, 평택, 광주에, 국외 공장은 중국, 베트남, 미주에 있다.
 
이재영·구태우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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