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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이대로 안된다)③격차 벌리는 선진국, 맹추격 하는 신흥국…한국증시 만년 '저평가'
주식형펀드 수익률 신흥국에 한참 뒤져…기업 순이익·배당 증가, 증시레벨업에 필수
2017-04-21 08:00:00 2017-04-21 08: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국내증시의 정체는 글로벌 주요증시와 비교할 때 더욱 확연하다. 디스카운트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경기부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지만 지지부진한 시장 흐름은 5년여나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주변국 대비 현저한 저평가 상태인 10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상장사들의 이익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증시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다.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지수에 포함된 45개국내 꼴찌 수준의 배당성향은 주주환원에 인색한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여기에 달러강세 기조로 외국인에게 매력을 발산할 기회도 충분하지 않았다.
 
기업 순이익 '정체' 해소돼야 만년 디스카운트 탈피 
 
코스피가 박근혜 정부 4년여간 3.89% 오르는 동안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9.3%,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2.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8.8%씩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순이익이 정체국면을 벗지 않는 한 국내증시의 레벨업도 없다고 지적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5년간 상장사의 순이익이 70조~80조원대를 벗어나질 못했고, 이익이 정체됐기 때문에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달러강세로 인해 외국인들은 환손실이 우려되는 한국 시장에 등을 돌렸고 전체적으로 시장 활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증시의 밸류에이션 역시 저평가 상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달 중순 기준 코스피 PER은 9.84로 주요국 증시 중 꼴찌 수준이었다. 미국(18.63), 인도(20.73)에는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홍콩(16.31), 호주(16.10), 일본(16.04), 영국(14.94), 독일(14.22) 등 주요국이 일제히 PER 10배를 넘겼지만, 한국만이 10배 이하에 거래됐다. PER은 낮을수록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낮은 배당성향도 한국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빼 놓을 수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코스피 기업의 배당성향이 18.5%로, 미국 S&P500(43.9%), 독일 닥스(52.3%), 일본 닛케이(34.4%), 중국 상하이종합(32.1%), 대만 가권(55.4%)보다 현전히 낮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금융, 유통 등 내수산업의 배당성향이 강한데, 국내는 반도체, 정유화학, 철강 등 투자 비중이 높은 경기민감 섹터 비중이 높아 구조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았다"며 "또 동종산업군 내에서도 배당성향은 해외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참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작년 12월 도입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나 배당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도입 넉달째 한 곳도 가입하지 않은 실정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 의사 결정의 관행을 깨고 투자자의 이익 등에 기여하는 요소를 개선시키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배당 확대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참여할 기업들이 웹페이지상에 정책을 공개하고 내부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활성화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신흥국 펀드 수익 한참 앞서…이익·배당 높여야  
 
신흥국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한국펀드평가 펀드닥터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기간 중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2.1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주식형펀드는 14.81% 올랐고, 인도(48.94%), 아시아신흥국주식(25.76%)은 훨씬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중국증시는 2014년, 2016년 각각 후강퉁(상하이-홍콩거래소간 교차거래)과 선강퉁(선전-홍콩거래소간 교차거래)을 개방하며 외국인 자본 유입에 적극적인 자세다.
 
최근에는 인도 역시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센섹스지수가 이달들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0%를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모디 총리의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책인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선진국와 신흥국 사이에 있기 때문에 이익을 늘리고 배당을 늘려 시장의 체력을 키우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작년부터 기업 실적 개선이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있어 올해 EPS 성장률이 이머징 국가 평균을 앞선다면 의미있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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