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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기춘, '종북문화계 강한 적개심 갖고 대처' 지시"
박준우 전 청와대 수석 근무 당시 수첩 공개
2017-05-04 15:15:32 2017-05-04 15:16: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와대 회의에서 문화·예술계에 좌편향 인사가 많다고 수차례 지적하면서 조치 마련을 지시한 정황이 법정에서 나왔다.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10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박 전 수석은 “김 전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때 ‘나라가 많이 좌편향 돼 있다’는 식의 언급이 많이 있었다”며 “문화예술계 일부 단체에서 만든 영화나 연극에서 대통령을 조롱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시킬 정도의 내용 들이 나온 것에 대해 많은 개탄을 하고 그런 부분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박 전 수석이 2013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했던 시기에 작성한 업무수첩도 공개했다. 이 수첩에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오갔던 말과 지시사항 등을 박 전 수석이 자필로 적은 내용이 담겨있다.
 
박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린 2013년 8월 21일 업무 수첩에 ‘종북세력 문화계 15년간 장악. 재벌들도 줄 서. 정권 초 사정 서둘러야. 비정상의 정상화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라는 내용을 적었다. 박 전 수석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이냐는 질문에 “김 전 실장의 말씀을 메모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2013년 9월 9일 박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 '천안함(영화) 메가박스 상영문제. 종북세력 지원 의도. 제작자 펀드 제공자 용서 안 돼. 국립극단 개구리 상영 용서 안 돼. 각 분야의 종북·친북 척결 나서야. 이석기 사건 포문 연 것. 강한 적개심 갖고 대처. 국사 교과서 제대로 못 만들어 풍전등화.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 등이 적혀 있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지시한 걸로 기록이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2013년 10월 23일 자 수첩메모에 ‘인사 능력보다 국정철학 공유 의지 중요. 탐욕 안돼. 배신’이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능력보다는 국정철학을 공유하느냐, 대통령과 같은 뜻이냐가 중요한 의미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그는 이 역시도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수첩에는 ‘반국가적·반체제적 단체. 영향 없는 대책. 한편에선 지원 다른 한편으로 제재. 변호인 천안함. 어제 점심 울분. 열변 토해 하나하나 잡아 나가자. 아직 레일도 다 못 깔았다. 부처 실무진 모두 함께 고민, 분발’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박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회의에서 전일 교육계 인사들과 점심을 먹은 것을 언급하며, 참석한 원로들이 좌파들이 문화계를 장악한 실정에 대해 울분을 토하고 척결에 분발하자고 했냐”는 질문에 “그런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의 업무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문화·예술계의 좌편향 문제를 지적한 내용도 적혀있다. 2013년 9월 30일 자 제20차 회의 후 박 전 수석은 '좌편향 문화·예술계 문제. 국정지표 문화융성. 롯데, CJ 등 투자자'라고 기재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좌편향 문화예술계 문제를 언급하며 ‘문화융성이 국정 목표인데 롯데, CJ 등이 투자 협조를 안 한다. 좌편향 투자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법정에서 “기억이 나서 그렇게 말씀드린 건 아니고, 기록을 보여줘 그렇게 해석했다”고 말했다.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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