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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년 기획)항공여객 1억명 시대 빛과 그림자
불어난 덩치 속 미흡한 보안 및 인프라는 당면 과제
2017-05-11 06:00:00 2017-05-11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지난 1987년 연간 항공여객 1000만명 고지를 넘어선 국내 항공 산업은 2000년대 초반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에 더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동북아시아 허브 공항이 마련되며 크게 탄력 받기 시작했다. 이후 대형항공사는 물론, 국내에는 생소했던 저가항공사(LCC)들이 하나씩 자리 잡으며, 늘어나는 항공여객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민간항공기 첫 취항 이후 68년 만에 연간 항공여객 1억명 돌파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했다. 서비스 경쟁력만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인천공항은 수하물 대란과 외국인 밀입국 사건을 겪으며 국가 관문 기본 덕목에서 허점을 보였다. 또 다른 국내 공항들 역시 편중된 수익 노선의 한계를 체감하는가 하면 넘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족한 인프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항으로 자리 잡은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연간 국내 항공 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에만 33만4528회의 항공기가 오가는 한편, 국내 14개 공항 가운데 국제선 여객 75%를 담당하는 대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특히 서비스 경쟁력에서 세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선정한 세계공항 서비스평가에서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
 
하지만 지난해 1월 수하물 관리 시스템 마비로 항공기 160여대의 운항이 지연되고, 승객의 짐을 채 싣지도 못하는가 하면, 입국 심사를 거부당한 중국인 승객이 출국장 출입문을 부수고 밀입국 하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12년 연속 서비스 품질 세계 1위'를 달성한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초 수하물 대란과 밀입국 사건 등을 겪으며 국제 신인도에 흠집을 냈다. 인천공항에서 수하물을 찾고 있는 이용객들. 사진/뉴시스
 
허브 공항을 자처한 인천공항의 허술한 시스템 관리와 보안 수준은 당시 뭇매를 맞으며 인천공항공사조차 개항 이래 최대 위기라고 자체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수하물 시스템 관리는 1월 대란 이후 8개월 만에 또 다시 수하물이 자동 분류되지 않는 오류를 겪으며 신인도에 연달아 흠집을 냈다. 이 같은 허점은 서비스를 비롯해 환승과 출입 및 수속 편의 등 종합요소를 반영하는 세계 최고 공항 평가에서 창이공항에 번번이 선두를 내주는 이유로 지적되기도 했다.
 
다른 공항들 역시 인천공항과는 또 다른 이유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방 공항을 통해 한국을 오가는 여객이 지난 2010년 730만여명에서 지난해 1643만여명으로 대폭 늘었지만, 특정 노선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부 공항 시설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청주와 무안 등 중국여객 의존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일부 지방 공항은 연초 중국 사드보복 조치에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다.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든 중국 여객에 수익성에 타격을 맞았고, 급히 대체 수요를 유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단조로운 노선 운용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제주공항의 경우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올 1분기에만 5074건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전체 지연건수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오는 2025년 제2공항 완공 시 까지 마땅한 대책이 없어 이용객 불편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조차 없는 상태다.
 
황호원 항공대 교수는 "해외 여행객이 다른 나라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치안인데 국내의 경우 항공보안 중요성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방 공항의 인프라 부족 문제 역시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닌 보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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