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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책배우자는 상속재판분할 청구권 인정 안돼"
"가정 방치한 남편, 법정상속분만 받을 수 있어"
2017-06-19 06:00:00 2017-06-19 06: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로 인정돼 이혼청구가 기각된 남편이 부인 사망 후 상속재산에 대해 자녀들을 상대로 분할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자녀들의 기여분이 80% 인정돼 소액만을 받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권양희)는 A씨가 부인 사망 후 세 자녀를 상대로 부인이 남긴 재산 2억8800만원을 법정 상속지분대로 나눠달라며 낸 심판 청구 사건에서 자녀 두 명이 제기한 '기여분' 심판청구를 받아들여 두 자녀에게 각 40% 기여분을 인정하고 남은 상속재산에서 남편에게 법정상속분에 상응하는 192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1982년부터 부인과 별거했고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자녀들의 양육비와 생활비를 주지 않았고 부인과 자녀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부인이 투병 생활할 때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반면 장녀는 2002년부터 어머니에게 매월 약 7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어머니가 사망하기 전까지 함께 한집에서 지내며 어머니의 재산 유지 및 증가에 직접 기여했으므로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분이 40%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장남도 2003년부터 매월 50만원 가량을 어머니에게 송금했고 어머니가 심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한의원을 폐업하고 장녀와 어머니를 병간호한 사실, 어머니의 병원비와 장례비 등 일체를 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장남도 어머니의 재산 유지 및 증가에 직접 기여했으므로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분이 40% 인정된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유책배우자가 배우자와 법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배우자 사망 후 법적 상속인으로 인정되더라도, 자녀 등 다른 상속인의 기여분이 상당한 비율로 인정될 경우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이 줄게 돼, 배우자가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재산분할에 있어 배우자의 추정적 의사를 반영하고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한 의미 있는 결정으로 보인다.
 
민법 1008조의 2에서 정한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실현하도록 한 것이 입법 취지다.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해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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