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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과의 2차전 '흔들리는 OPEC'
미국, 셰일 앞세워 원유시장 주도권 넘봐…OPEC, 수급조절 한계 봉착
2017-06-29 16:17:07 2017-06-29 16:31:13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유가 조절의 단골카드였던 감산 합의가 외부 변수에 영향력을 잃은 데다, 미국의 셰일가스 위협도 커졌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배럴당 44.74달러로 장을 마쳤다.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데 이어, 하반기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당초 전망도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OPEC 감산 합의가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배럴당 40달러선 붕괴를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수급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에 절대적 영향력을 과시해 온 OPEC이 감산 연장 합의에도 유가 흐름을 돌리지 못한 배경은 공급과잉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있다. 비회원국인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와 미국 셰일가스 생산 확대 등이 더해지면서 공급량 조절을 통한 유가 개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 역시 이달 월간보고서를 통해 OPEC의 감산 연장 합의가 세계 석유재고를 감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가 반등을 위해 단순 감산 기간 연장이 아닌 감산 규모의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꼽히지만, 주요 회원국들은 역내 갈등 심화로 좀처럼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셰일가스를 앞세워 산유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미국의 하루 평균 생산량이 연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 유전지대 전경. 사진/AP뉴시스
 
반면, 미국은 200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시추에 나선 셰일가스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기존 석유와 에너지효율이 비슷하면서도 절대적 우위인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2010년 이후 OPEC을 중심으로 한 원유 시장에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이에 산유국들이 유가를 인위적으로 더 낮추며 '셰일가스 누르기'에 돌입했고, 결국 시추 등 초기설비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셰일가스 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생산원가를 크게 낮추는 데 성공한 셰일가스가 OPEC과의 2차전에 나서면서 또 한 번 산유국들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미국의 주간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5만배럴로 전주 일일 평균 대비 2만배럴 늘었다. 2010년 하루 평균 600만배럴 미만, 올 3월 820만배럴 남짓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증가세다. 원유시추기 역시 23일 기준으로 한 주에만 11기 증가한 758기를 기록하면서 23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IEA는 올 연말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생산량이 1100만배럴을 넘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감산합의 전 1001만배럴 수준)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상황을 활용해 수급 조절만으로 유가 안정을 꾀하던 OPEC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안 리드 맥쿼리 원유 및 천연가스 리서치담당 대표는 "미국의 셰일오일은 불과 몇 개월새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OPEC 감산 노력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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