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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솔직히 우리가 봐도" 기준으로 보면 된다
2017-07-03 06:00:00 2017-07-03 06:00:00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이 끝났다. 제각각 구체적 평가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미묘한 뉘앙스 차이도 엿보였고 한미FTA등 경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터프한 언급들은 오히려 앞으로 더 큰 압박의 예고편 느낌을 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리 없고 매끄럽게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이었다.
 
아마도 당장 독일에서 열릴 한독정상회담과 G20정상회의에는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외교당국 모두 훨씬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긴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표면화된 지난 해 10월부터 6개월 이상 한국의 정상외교는 실종됐었다. 이젠 다 제자리로 돌아올 때가 됐다.
 
외교 뿐 아니다. 내각도 정상화될 때가 됐다. 아니 이미 늦었다. 곧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면 인선 자체는 마무리 된다. 하지만 인선이 다가 아니다. 청문회를 거쳐 임명장을 받아야 ‘장관’이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조명균 후보자 한 사람은 도덕성, 능력 양 측면에 대해 여야 모두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청문회도, 청문보고서 채택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정도는 다르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쪽도 있었고 여당 의원들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린 경우도 있었다.
 
청문회가 열릴 때 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역시 인사청문회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의 역할과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이지 내용도 똑같다. “이런 문제 있는 사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vs “그 정도 흠결보다 능력과 개혁성이 더 강하다”는 공방이 모든 청문회 장에서 벌어졌다. 이 와중에 “당신들 야당(여당) 시절 생각해보라”는 문장은 그 어느 곳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는 ‘만능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명확한 기준을 만들자’ ‘도덕성 부분과 정책 검증 부분은 분리하자’ ‘야당은 어디서 자료를 입수했나’ 등 해묵은 레퍼토리들 역시 그대로 반복되니 지겹기 짝이 없다.
 
참으로 많이 보던 장면들이 재연되고 있지만, 따져보면 장관 후보자 가운데 ‘누가 죽고 누가 사는냐’를 가르는 핵심 요인 역시 변하지 않았다.
 
과거 전례를 보자면, 팽팽하게 공수의 논리가 맞서는 경우엔 보통 임명이 된다. 그런데 보수 정권의 경우 보수진영에서조차 “우리가 봐도 좀 심하네”는 여론이 고개를 들면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청와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낙마 시켜봤자 좌파들만 좋아한다”는 식의 안간힘을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오히려 정치적 ‘판돈’을 키우기 일쑤였다.
 
이런 다이내믹스는 현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반대층은 몰라도 중도층 내지 범 지지층에서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인사를 밀어봤자 어려움만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일단 일을 맡겨서 결과를 지켜보자”고 밀어볼 수 있는 사람과 그래봤자 소용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로 다른 누군가를 떠받치는 것도 명분과 실리가 명확할 때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정상적 시스템을 갖출 때가 됐다. 늦어도 7월 중순 부터는 내각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만약 5월 9일 대선 날 이후 보통의 경우처럼 인수위가 가동됐다고 한다면 7월 15일이 대통령 취임일이다. “아시다시피 인수위도 구성되지 못해서”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이지만, 특히 청와대와 여당은 전투와 전쟁을 분리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여러 전투에서 반복해서 이겨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전투의 승리에 매달린다고 해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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