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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이재용 재판' 특검·삼성 수싸움 더욱 치열
특검, 다각적 '정황증거' 추가로 제시할 듯
변호인단 '맞불증거'로 연결고리 끊을 전망
2017-07-10 16:40:02 2017-07-11 15:40:40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이 기재돼 있는 '안종범 수첩'이 정황증거(간접증거)로 채택됨에 따라 향후 정황증거 싸움이 격화할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함께 다각적인 정황증거를 통해 뇌물죄 유죄를 이끌고, 이 부회장 측은 이에 맞서 수첩 내용의 신빙성 등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맞불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지난 6일 이 부회장 등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 공판에서 "'안종범 수첩'을 대화 내용이 있었다는 간접사실로서의 정황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상민 특검보는 "정황증거라고 효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므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등 국정농단 재판에 별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수첩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며, 재판부가 '직접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외압을 넣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판결문에 언급된 증거를 이 부회장의 재판에 내세워 혐의 입증에 나설 수도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 부회장 재판과 관련해 간접적으로 재판부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밖에 부정청탁과 대가적 뇌물 제공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다각적인 '정황증거'를 제시하면서 뇌물죄의 유죄를 끌어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 측도 안 전 수석 수첩의 내용을 탄핵하는 한편, 다양한 정황증거 현출을 통해 특검이 제시한 증거들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틀에 걸쳐 이뤄진 증인신문에서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에게 메모를 보여주고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반복하며, 독대 자리 없었던 그가 박 전 대통령이 전달한 내용을 오기했을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첩에 기재한 내용이 청탁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내용은 두 사람만 알고 있고 녹음파일도 없어 '안종범 수첩'의 정황증거 채택은 당연한 것으로 본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뇌물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처럼 재판부가 정황증거에 의미를 부여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유죄판결을 낸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안종범 수첩'은 독대 후 대통령의 지시를 적은 것이고, 가필하지 않은 강한 증거"라며 "정황증거를 모아 혐의를 입증하는 뇌물사건에서 가볍게 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황증거들의 촘촘한 연결고리가 이 부회장의 유무죄를 가르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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