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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확바뀐 이념성향…진보 6%p 늘고 보수 3%p 빠져
'진보 10%p 우위' 유지…TK·PK 민심마저 돌아서며 '보수' 최대 위기
2017-12-27 17:42:54 2017-12-28 14:17:4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지난해 하반기 진보 우위로 바뀐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이 올해는 그 간극을 더욱 넓히며 공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올해 월간 여론조사 결과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스스로 ‘진보적 성향’이라고 밝힌 국민의 비중은 24.2%에서 30.4%로 6.2%포인트 늘어난 반면, ‘보수적 성향’ 비중은 22.9%에서 19.7%로 3.2%포인트 줄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19대 대선’을 거치면서 ‘나는 진보’라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보수보다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3월 이후부터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보수층은 지난해 11월부터 진보층에 역전되기 시작했다. 진보층이 23.8%로 보수층 21.4%를 앞질렀다. 작년 4월 총선 당시 양 진영 간 격차가 좁혀지고 약 6개월간 2~3%포인트 내외로 보수층이 진보층을 상회하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그 해 11월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보수를 넘어선 것이다. 이런 추세는 지난 총선을 전후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촛불민심을 업은 국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하면서 뚜렷해졌다.
 
올해 3월에는 진보층 28.3%, 보수층 22.6%로 진보층이 5.3%포인트 우위를 보이며 격차를 더 벌렸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으 파면을 결정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이 치러진 5월에는 진보층(31.6%)이 보수층(20.1%)을 11.5%포인트 앞서며 최대 격차를 보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진보층은 약 6개월 가량 9~10%포인트 차이로 보수층에 우위를 보이며 그 간극을 유지해왔다. 2년 전 보수층이 10%포인트 우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러한 이념지형 변화는 지역별 민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수층이 몰린 영남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늘었다.
 
전통적인 보수정당의 텃밭이라 여기던 대구·경북(TK)에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6월3주차에 69.6%로 최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올해 12월3주차까지 대구·경북에서 50% 중반, 60% 초반 내외의 지지율을 오갔다. 같은 기간 부산·경남·울산(PK)에선 60% 중반에서 70% 초반을 넘나들며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지난 대선 이후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에서 줄곧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을 앞질렀다. 민주당은 12월3주차까지 대구·경북에서 40%에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부산·경남·울산에서도 5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선전 중이다. 대표적인 보수정당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이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이는 동안, 한국당의 지지율은 20%의 문턱에 걸려 있고, 바른정당 역시 한자리 지지율에 갇혀 있다. 혁신과 개혁으로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우위를 이어온 우리 사회 보수가 무너지기 시작한 건 국정농단 사태가 결정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보수를 대변하는 새누리당은 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꿔달았고, 새누리당의 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이 창당됐다. 이들 보수정당은 ‘개혁보수’, ‘신보수’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한번 등을 돌린 민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지난해 11월에 진보층과 보수층의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층과 보수층의 간극은 조금 좁혀질 수 있겠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 진보가 보수를 역전한 흐름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여로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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