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팀은 5일 ‘이재용 부회장 등 항소심 선고 관련 특검 입장’을 발표하면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의 이날 판결 중 핵심 5개 쟁점을 들어 조목조족 반박했다.
특검팀은 우선 항소심 재판부가 부정한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검팀은 “항소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개별 현안에 대해 원심의 결론만을 언급하고 특검의 항소이유서에서 언급한 개별 현안이 인정된다는 주장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특검이 항소심에서 제출한 합병관련 박창균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의 증인신문조서,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문자메시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삼성 합병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문형표 전 장관이 인지했다는 문 전 장관의 판결문에 대해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항소심 판결은 2014년 9월12일 부분 외에 다른 사실관계 판단에 대해서는 증거 설시를 전혀 하지 않는 등 특검이 제시한 증거 및 33회에 걸쳐 제출한 의견서의 주장 내용을 철저히 외면한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부정한 청탁의 개별 현안 중 합병, 순환출자 고리 해소, 금융지주회사 전환문제에 대해 항소심에서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별 현안에 대한 존재를 부정했는데, 안 전 수석이 법정에 나와 수첩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고, 개별 현안에 대한 국민연금, 복지부, 공정위, 금융위 압수물 및 관련자 진술 등 수많은 증거들을 제출했다”며 “이를 무시한 채 개별 현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한 과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판단은 간접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정황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한 전문법칙 관련 기존 대법원 판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항소심 판결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국정농단 사건, 즉 이화여대 입시비리사건 1심과 항소심, 차은택·안종범 뇌물사건, 김종·장시호 사건 등에서 안 전 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결론과도 상반된다”면서 특히 “안 전 수석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 그대로 수첩을 기재했다고 증언했음에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산국외도피 혐의 무죄 판단에 대해서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혹평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등은 최순실이 뇌물을 공여받기 위해 설립한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와허위 용역계약 체결이라는 불법적이고 은밀한 방법을 통해 삼성전자 자금을 독일로 빼돌린 것이 명백하다”면서 “법령에 위반해 국내 재산이 해외로 이동했더라도 자금의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이를 취득한 경우에는 '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법정형이 높은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선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대 쟁점이 됐던 2014년 9월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의 존재를 항소심 재판부가 부인한 것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 외에도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다운로드 기록, 한글 뷰어 등 객관적 물증이 존재함에도 김건훈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행정관의 일지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단독면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증거재판주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항소심 재판부가 든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뇌물을 공여한 대가로 합병이 성사되고, 순환출자 처분 주식수가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경감하는 등 경영권 승계에 있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판결에서도 이 부회장이 배임죄의 수익자임을 명백히 인정했음에도, 이 부회장이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항소심 판단은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정경유착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강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해온 박영수 특검이 지난해 3월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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