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다시 모인 촛불 "지켜내자 대한항공!"
입력 : 2018-05-12 22:45:03 수정 : 2018-05-13 03:23:49
[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사랑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
 
대한항공직원연대는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역 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 4일 1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 8일 만이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날씨는 1차 때와 달리 궂었지만 집회에 참석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힘찼다. 집회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집회에선 조 회장 일가의 퇴진뿐 아니라 자신들의 직장이자 일터인 대한항공을 지켜내자는 목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집회 참석자들은 1차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신분 노출을 우려해 얼굴에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주인공이 썼던 하얀색 '가이 포크스' 가면을 착용했다. 조종사 정복과 승무원 유니폼 차림의 참석자들도 있었다. 
 
12일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한진 총수일가의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메신저 익명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서 추진된 이날 집회에는 1차 촛불집회보다 많은 500여명(경찰 추산 200명)의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비는 집회 내내 그칠 줄 몰랐지만,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날 사회는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과 '브라이언 박'이라는 예명을 쓰는 사회자가 함께 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조양호는 물러가라"를 외치며 집회 시작을 알렸고, 집회 참가자들은 이를 제창하며 환호를 보냈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는 대한항공 직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나와 집회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하얀 우의 속에 베이지색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한 참석자는 "저번 집회에는 용기를 못 냈지만 이번에는 힘을 보태고자 나왔다"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다. 집회가 계속되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전직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대한항공은 제 삶의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 힘들지 않은 세상을 만들자"고 외쳤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에서 대한항공 조종사 정복을 입은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회 중간에는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행동을 비판하기 위한 땅콩깨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높게 들어 올려진 거대한 땅콩 모형은 쪼개지며 '조씨일가 전원 OUT'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회 참석자들의 얼굴을 채증하기 위한 카메라가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이 카메라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빼앗겨 사회자인 박 사무장에게 넘겨졌다. 그는 "두려워하지 말자"고 참석자들을 독려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시민들이 2차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한진 총수일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또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 직원과 조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인하대의 졸업생과 한국항공대 학생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공항에서 대한항공 내 기내식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직원들 대표로 나왔다"며 불법 하도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20여년 전 인하대를 졸업했다고 알린 한 시민은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인하대는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부정 편입시켰다"며 "대학 경영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항공대 점퍼를 입고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의 재단이 투명하게 운영돼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학교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학교 발전에 책임이 있는 재단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12일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한진 총수일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반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목동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석한 이모씨는 "재벌의 갑질이나 가진 사람들의 횡포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나왔다"며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집회는 대한항공직원연대 호소문 낭독으로 끝을 맺었다. 박 사무장은 "국회는 재벌들의 갑질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며 "검찰은 조씨 일가의 폭력과 불법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하여 대한항공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관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과 조 회장 일가의 철저한 조사 등도 요구했다.
 
한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명품 밀반입에 따른 탈세 의혹으로 비화됐다. 경찰과 관세청 등은 조 회장 일가의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3차 촛불집회 일정은 일주일 내에 발표될 예정이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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