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드루킹' 신병확보에 미온적인 특검…왜?
협조 얻어내 윗선 규명하기 위한 전략 vs 구속 필요성 없다는 판단
2018-07-04 18:28:43 2018-07-04 18:28:43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법원이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이달 25일 진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김씨의 불구속 상태에 대비한 수사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법조계에서는 드루킹의 협조를 위한 특검의 전략이라는 의견과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4일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불구속 수사 방침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선고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해 진상 규명을 위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검은 진행 중인 재판에 관여해 추가로 기소하거나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름대로 진행 중인 공판과 별도의 수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전일 재판 연장 차원의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특검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는 특검의 권한이 아니라 공판 진행 중인 공판 검사의 권한이다"라며 거절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드루킹'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기소나 공소장 변경을 위해 변론 재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검찰에서 할 일이고, 특검은 이와 별도로 진행한다"고 했다. 다만,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면 협의를 진행하고, 같은 내용에 대해 이중기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 등에게 적용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는 법정형이 가벼워 김씨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고 풀려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특검이 김씨에 대한 신병 확보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드루킹의 협조를 끌어내 이면에 있는 권력의 핵심을 밝히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특검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 출신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특검은 현재 드루킹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가진 드루킹의 협력을 받아내기 위한 특검팀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미 두 번에 걸친 소환조사를 통해 주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에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현직 검사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이미 경찰·검사 수사 단계에서 포렌식 결과와 웬만한 증거가 나온 만큼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적어 보인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전 보좌관에게 500만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드루킹의 측근인 필명 '성원' 김모씨를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전일에는 드루킹의 자금 총괄책인 파로스 김모씨를 소환해 12간에 걸쳐 경공모의 운영 자금 규모와 사용처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향후 여러 명의 관련자를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검찰은 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등의 1심 재판에서 실형을 구형했으며, 구체적인 형량에 대해선 의견서 형태로 추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결심 공판을 연기하고 기일을 속행해달라는 검찰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김씨 등에 대한 선고를 오는 25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수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