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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한국 전자업계는 ‘샌드위치 신세’
생산거점 다변화, 기술력 향상으로 무역전쟁 대비
2018-08-08 17:00:52 2018-08-08 17:00:5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미국이 또다시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양국에서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 전자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세탁기는 이미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최고 50%의 관세를 물고 있고, 반도체는 추가 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자업계는 미중간 무역전쟁에 말려들지 않고 양국관계를 관리해야하는 상황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예고했던 16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련된 25% 관세 부과 조처를 23일부터 시행한다. 전자업계는 양국의 무역전쟁으로 현지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계열사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28.3%, 미국 30.2%로 전체 매출 중 약 60%를 양국에서 내고 있다.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카운티에 약3억8000만달러(4300억원)를 들여 가전 공장을 설립하고 올 1월 첫 세탁기를 출하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4년 총 70억달러(7조8600억원)를 투자해 산시성 시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고 가동 중이다. 지난 3월에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2기 생산라인 공사에 착수했다. 여기에도 3년간 총 70억달러(7조84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기 또한 전체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38.4%, 미국 비중은 3.7%이다. 해외 생산거점 및 판매거점 21곳 중 3분의 1이 중국에 있다. 이번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279개 품목에 반도체, 전자부품이 포함된 만큼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LG전자는 매출 비중이 미국 26.97%, 중국 4%으로 미국에 쏠려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 2억5000만달러(2800억원)를 투자해 가전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등 신규 투자건도 미국에 있다. 당장의 관세포탄은 피하더라도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같은 규모로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 비중이 중국 65.1%로 압도적이다. 지난달 중국 광저우시와의 합작법인도 승인을 받은 상황이며 대부분의 생산거점은 한국과 중국에 포진해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자부품들. 사진/뉴시스
 
업계는 전자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전 세계로 다변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세부과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 연구원 세계지역 연구센터 소장은 “대중 의존도는 20%대로 낮추는 게 좋다”면서 "미국·일본·중국·동남아 등으로 의존도 균형을 맞췄을 때가 2000년의 일인데 그때 무역구조가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을 높여 무역전쟁으로부터의 보호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완성품 업체가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품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로 인해 부품 및 완성품의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대체품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비를 통해 양국 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로비 활동에 2016년 대비 2배가 넘는 340만달러(38억원)를 지출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20만달러(24억원)를 지출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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