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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5 건설사, 토목경쟁력 저하…SOC절벽 여파
예산 감축 속도 조절했지만 기조 유지…불황 징후 곳곳에
2018-08-29 14:20:26 2018-08-29 14:32:2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내년에도 SOC 예산 감축 기조가 이어져 건설업 불황 우려가 짙다. 정부는 감축 속도를 완화했지만 올해 이미 예산절벽을 경험한 업계는 곳곳에 불황 징후가 포착된다.
 
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18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예산보다 2.3% 줄인 수준이다. 정부가 기존에 계획했던 감축 수준에선 한발 물러섰다. 고용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다. 당초 정부는 2021년까지 연평균 7.5%씩 감축할 계획이었다.
 
정부가 감축 속도를 늦췄지만 기조는 바꾸지 않았다. 올해 예산을 14%나 줄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론 목표를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업계는 표정이 어둡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들이 대거 SOC 공약을 내걸어 그나마 기대를 품었는데 결국 공수표였던 듯 싶다”고 불평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건설업 일감을 줄이고 그 예산으로 대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며 “대체 일자리를 먼저 활성화시키면 근로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SOC 예산 감축 여파는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공공부문 건설 수주액은 17조2437억원으로 전년 5조3796억원보다 23.7%나 쪼그라들었다. 정부 예산 감축액은 3조1000억원인데 상반기에만 벌써 5조3796억원이 줄었다. 정부 정책 기조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더욱 위축된 듯 보인다.
 
SOC 절감으로 건설산업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발표한 시공능력 평가에서 토목사업 부진이 두드러졌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톱5 건설사를 보면, 토목평가액 합계가 전년비 9.4% 줄었다. 2015년 후 3년 연속 SOC 예산이 줄어든 여파가 나타나는 것이다. 토목평가액은 최근 3년간 연차별 가중평균 공사실적과 경영, 기술,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산출한다.
 
톱5 중 대우건설을 제외한 4사 모두 토목평가액이 줄었다. 감소 폭이 큰 삼성물산(-17%), GS건설(-9%) 등은 보유기술자 수도 줄었다. 순위가 오른 비결도 국내 실적과는 무관하다. 전년보다 한계단 오른 GS건설도 해외사업 덕을 봤다. 상반기 매출에서 인프라, 건축·주택 등 국내 도급공사 비중이 감소한 반면, 해외도급공사가 11.2%포인트 오른 41.3%를 차지했다.
 
대형 건설사는 이처럼 해외 진출로 내수 부진을 극복할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막막하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 상반기 2.1% 올랐는데 전년 동기 8.2% 오른데 비해 크게 둔화됐다. 부동산업은 상반기 3.7%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회복기에 대비해 불황에도 인력을 유지한다”며 “규모가 작은 곳이나 거래가 급감한 부동산 중개업, 인테리어 등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SOC 예산 축소로 전국 합계 일자리가 4만3000여명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중 약 70%는 건설 일용직으로, SOC 예산이 감소한 결과 사회적 취약 계층이 실업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또 인프라 예산이 증가하면 지역소득격차 해소 효과도 확대된다고 본다. 성장뿐만 아니라 분배 관점에서도 예산 문제를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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