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걷는 코스피…"박스권 탈출 멀었다"
무역전쟁 등 불확실성 여전…실적도 상승동력 되기 어려워
2018-09-10 06:00:00 2018-09-10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심수진 기자] 코스피가 제한된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간 악재를 반영하면서 바닥은 단단히 다졌지만 지수를 끌어올릴 만한 마땅한 재료가 없어서다.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눈높이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기업실적 등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는 변수들이 적지 않아 연내에 박스권 탈출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다시 '박스피' 만든 미국발 불확실성 지속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9월7일 현재 2281.58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2011년부터 이어졌던 박스권(1800~2200)을 지난해 뚫고 올라온 코스피는 올해 초 2600선을 돌파하면서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하락세를 탔고 지난 7월부터는 2250~2300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수개월 전만큼 코스피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미국 중간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처럼 강하게 나오기 쉽지 않고 6월부터 본격화한 미-중 갈등으로 증시가 많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조정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리스크가 있는데 이미 반영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예상처럼 관세 부과 일정을 미룬다거나 품목을 조정하면 아주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면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신흥국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일본도 건드릴 가능성이 있고 이런 식으로 신흥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신흥국 위기는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줘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금리 인상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달과 12월에 발표될 점도표에 나타날 2019~2020년 금리 경로"라며 "점도표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장기금리 전망이 올라가면 긴축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증시 상승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달러 강세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원 현대차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2분기부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달러화 강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모멘텀 부족…외국인 수급 전망도 '흐릿'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기업 실적도 시장의 상승을 이끌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겠지만 투자심리를 자극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일부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에는 불확실성이 있다"며 "최근 반도체 업황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국내 경제와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왔기 때문에 증시에 타격을 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시장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가량 늘어난 108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외국인 수급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박 연구원은 "연기금 수급이 강하지 않아 외국인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데 신흥국에 대한 불안이 있는 상황이라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에서 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특별한 호재가 나타나기 전까지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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