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비 줄이는 근로빈곤층…"신용대출 위험 수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근로빈곤층 가계부채의 실태와 향후 대응 방안
2018-11-03 07:00:00 2018-11-03 07: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근로빈곤층의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빈곤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체 가구 대비 23.8%에 불과하지만 평균 부채총액은 전체 가구의 74.9%에 달했다.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 대출 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득계층별 부채 증가 원인.자료/통계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일 발행한 간행물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근로빈곤층 가계부채의 실태와 향후 대응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간행물은 근로빈곤층이 낮은 신용에 따른 고금리 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빈곤층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근로빈곤층은 가구 여건과 취업 상태 측면에서 취약한 집단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근로빈곤층은 한부모 가구(20.7%), 월세 가구(31.8%)로 전체 평균(한부모 가구 12.7%, 월세 가구 15.3%)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들의 취업 상태를 보면,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만으로 구성된 1인 이상 취업자 가구가 41.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취업자가 없는 가구가 23.6%, 상용직 1인 취업 가구가 22.7%, 상용직을 포함한 취업자가 2인 이상인 가구가 11.8%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취약한 취업상태는 부채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근로빈곤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1100만원)은 전체 가구(4628만 원) 대비 23.8%에 불과하지만 근로빈곤 가구의 평균 부채 총액(5647만원)은 전체 가구(7544만원)의 74.9% 수준에 육박한다. 담보대출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 대출 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큰 위험요소다. 빈곤층의 신용카드 관련 대출은 136만원으로 전페 평균(66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신용대출은 710만원으로 전체평균(848만원)보다는 낮지만 중하층(643만원)보다는 되레 높았다.
 
문제는 낮은 신용에 따른 고금리 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근로빈곤 가구의 연간 지급이자 및 상환액은 1256만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11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로운 부채로 기존 부채를 갚는 악순환의 위험성을 말해준다. 간행물에 따르면 부채를 가진 근로빈곤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는 가구의 비율은 24.2%로 전체 가구 12.9%의 두 배에 이르고, 연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감소라고 답했다.
 
이러한 여파로 근로빈곤층은 이미 교육비와 식생활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부채를 가진 근로빈곤층 중 식품외식비를 줄이는 가구가 45.1%로 중하층 36.1%, 중상층 27.8%, 상위층 18.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비와 교육비, 의료비 조달을 위해 추가 부채를 지는 가구는 60.1%에 달한다. 특히 생활비 조달을 위해 추가적 부채를 지고 있다는 응답이 38.2%에 달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보사연은 강조했다.
 
간행물은 정부가 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문제가 개선되는 측면은 있지만, 빈곤층은 여전히 높은 금리와 불리한 상환 조건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 금액은 낮지만 상환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거론했다. 간행물을 펴낸 노대명 미래전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외부 환경을 개선하고 추가적 부채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로빈곤층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정책 외에도 취업 및 창업 지원 정책, 사회보장제도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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