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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강력 '반발'
공동 성명서 "기업 지불능력 제외 유감…반드시 수정·보완 필요"
2019-02-27 15:48:09 2019-02-27 15:48:09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기업 지불능력' 항목이 빠지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제계에서는 강력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27일 오후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공동 성명을 내고 "기업 지불능력이 결정기준에서 제외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는 결정체계 개편의 취지를 본질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므로 반드시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은 지난달 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을 일부 수정해 확정한 것으로, 초안 발표 이후 논란이 일었던 기업 지불능력이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제외됐다. 초안에는 해당 항목이 포함됐지만 기업의 규모나 업종, 지역별 특성이 다 달라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결정체계 이원화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제계는 성명서에서 "기업 지불능력은 최저임금 결정 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며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경영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업 지불능력을 초과한 임금 인상에 대해 기업은 제품가격 인상이나 고용 축소 등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 물가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지불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 사례를 들어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있는 수익성, 성장성 같은 자료들을 토대로 기업 지불능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이원화된 결정체계에서 전문가위원과 공익위원의 객관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경제계는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의 추천권을 정부와 국회가 가질 경우, 결국 정부가 대다수 공익위원을 선정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노·사·정 추천, 노사 순차배제 방식 등을 활용하여 공익위원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간설정위원회에 노사 참여를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냈다. 구간설정위원회의 주요 역할이 최저임금 심의 시 활용되는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 결정인 만큼 노사가 중점을 두는 결정기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구간설정위원회에 특별위원 형태로 노·사·공익(상임위원)을 각 1명씩 포함하는 등 노사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정부 책임성이 강화될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저임금법에 의하면 정부는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려울 경우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대 있지만 검토 의견을 제시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경제계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최저임금안에 대한 정부 검토의견 제시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최저임금 제도운용 뿐만 아니라 결정과정에서도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 명의의 별도 논평을 내고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하면서 제도의 목적인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은 상당 부분 충족한 반면, 기업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향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균형성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의 위원을 공정하게 구성해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향후 국회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위원의 선임과 더불어 지역별·업종별 구분 적용이 포함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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