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증권사들의 주식 계좌 갈아타기 고객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수수료 인하를 넘어 다른 증권사의 고객을 뺏기 위해 수백만원의 현금을 내걸고 있는 상황을 두고 업계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이달 말까지 국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다른 증권사에서 옮겨오는(타사 대체 입고) 고객을 대상으로 상금과 출고 수수료를 지원하는 '대신에서 3GO'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 신청 뒤 주식을 200만원 이상 입고하고 국내주식을 100만원 이상 거래 또는 미국 주식을 1번 이상 거래하면 출고수수료 전액 지원과 상금을 받는다. 상금은 입고 금액에 따라 최소 2만원부터 250만원까지인데 미국 주식을 500만원 이상 거래하면 두 배로 늘어나 최대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증권 서비스 나무를 통해 타사 대체 입고한 고객에게 현금 300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오는 6월말까지 진행한다. 미래에셋대우도 최대 200만원을 지급하는 타사 대체 입고 이벤트를 하고 있고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까지로 예정했던 500만원 현금 지급 이벤트를 이달 말로 한달 연장했다.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고객 몰이에 나선 것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을 계속 늘려야 하는데 매매수수료는 충분히 낮은 수준이고 무료 혜택도 흔해진 데다 전체 계좌수를 보면 새롭게 주식시장에 진입할 고객도 많지 않다"며 "이런 점이 반영되면서 다른 증권사의 고객을 끌어오는 방향으로 경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2702만개로 경제활동인구(2758만2000명) 수에 거의 근접했다. 복수계좌를 보유한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신규 계좌 증가는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더라도 최근의 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것이라도 해도 대놓고 돈을 주고 뺏어오는 식의 고객유치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이런 경쟁은 지양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차별화를 두고 벌이는 발전적인 경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증권사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당장 지불하는 비용은 많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고객 유치 효과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을 악화시킨 수수료 인하 전쟁과 다르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대신 이벤트를 따라 움직이는 체리피커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일정기간 잔고 유지 등의 요건을 채운 뒤 주식을 또 다른 곳으로 옮기면 증권사는 돈만 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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