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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책임' 논의 빠진 검경 수사권 조정
2019-04-01 06:00:00 2019-04-01 06: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입법화를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에게 부여되는 수사권의 책임 소재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합의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 중 경찰 수사권에 대한 내용은 사건 송치 전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수사권 남용 등에 대한 검사의 시정 조치 요구·사건 송치 요구,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등이다. 이 때의 요구가 경찰을 어느 정도 기속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경찰의 수사권 남용에 대한 방지책으로서는 합의안 말미 부분에 ‘수사권 조정과 동시에 경찰이 실천해야 할 점’으로, “수사과정에서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해 시행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간략하게 나와있을 뿐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1일 “경찰의 수사 자율권이 확대되고 경찰은 자율성이 보장되는 만큼 책임감도 생겨 이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국민을 위한 수사를 위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끝까지 책임지게 하도록 인사시스템 개혁 등의 논의가 필요한데,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없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형사사건전문 로펌에서는 “경찰이 의뢰인을 추행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해 당시 상황이 심각했다”면서 “참고인들의 진술과 증거자료를 토대로 불기소 처분됐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경찰이 일반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수사를 잘하고 있지만 횡령, 배임 등 법리가 어려운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 떠미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성범죄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 등에 따라 의율되는 법이 바뀌는데 이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대부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진술에 대한 신뢰 여부에 따라 수사 방향이 달라지는데 무혐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나중에 검찰 수사로 불기소 되더라도 경찰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 과정에서 죄가 없는데도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국민은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돼 피해를 입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경찰개혁위원회를 통해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경찰개혁위에서 활동하는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개혁위에서는 수사권 독립 조정을 목표로 향후 경찰의 수사권 남용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권고안을 논의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영상녹화 확대, 진술녹음제 도입 등은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이외 다수도 법률 제정 및 개정사항인데 사개특위에서 모두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국회 논의 위에도 경찰이 확보해야 할 제도적 장치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경찰의 인사시스템 개혁 등 논의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인데 검찰은 ‘일률적으로 해결이 안되면 수사권 조정을 못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이는 수사권 조정을 방해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찰개혁위의 권고안 등은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권대경 경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역시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에서도 제기된 문제며, 경찰이 기소하는 게 아니고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이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므로 검찰이 지는 책임이 여전히 더 크다”며 “수사 결과에 대한 평가를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변경되는 제도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는 것인데 수사권 조정 자체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경찰 수사책임)에 대해선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참석자들이 합의문 서명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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