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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권 분양 풀리는데…대출 문턱 높아 현금부자 잔치될 듯
실수요 중심 청약 개편에도 분양가 높고 대출 어려워…미계약분 '줍줍' 경쟁률 역대급 전망
2019-04-04 15:05:06 2019-04-04 15:05:06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서울 중심권에서 모처럼 분양 물량이 풀리지만 역대급 '돈잔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양가가 높고 대출이 묶여 선순위에 참여한 무주택자들 사이에 미계약분이 쏟아져 나오며 현금부자들간 잔여물량 경쟁률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단 청량리와 강남 등 서울 중심권에서 모처럼 분양 물량이 나오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청량리는 강북지역이면서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서 실거주를 위한 대기 수요가 큰 지역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분당선 청량리역 개통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개통 예정(예타 조사 중), 2021년 착공예정인 GTX C 노선 등의 호재로 청약통장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강남은 당첨되는 순간 눈에 보이는 차익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최대 관심지역이다.
 
한동안 뜸했던 서울권 분양이 4월에 몰린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C)의 분양보증 연기와 기본형 건축비 인상 이슈 등으로 일정이 밀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HUG가 사실상 청약제도 개편 이후로 분양 일정을 미루기 위해 분양보증을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 분양을 준비하던 단지들이 분양을 포기하고 해를 넘겼다. 아울러 올해 초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적용받아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룬 이유도 있다.
 
시공사는 청량리와 강남 분양이라는 점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무리 정부 규제가 심해도 서울 지역은 청약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매 제한이나 기존 주택 가격 하락세, 전세시장 안정화 등으로 청약시장도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청량리와 강남은 그 중심에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청약시장 경기가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3월 분양한 전국 민영주택 10곳 중 4곳 이상이 2순위에서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특히 경기·인천지역은 분양에 나선 6개 단지가 모두 완판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초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 이후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개편되면서 투기 수요를 막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115BD 타입에서 1순위 청약 미달이 났고, 115D타입은 2순위에서도 완판되지 못했다.
 
아울러 분양가 9억원 이상은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도 돈이 없으면 청약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특히 분양가 9억원 이하도 서울은 투기자지역이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40%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중도금 대출 가능 금액도 분양가의 40%로 낮아진 상태다. 아파트 분양은 보통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진행된다. 잔금은 전세 보증금 등으로 나중에 마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계약금과 나머지 중도금 20%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청약 일정대로 납입할 수 있다. 이 금액이 보통 3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첨자 중에서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잔여물량은 현금 부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제 청약 경쟁률보다 미계약 잔여물량 경쟁률이 역대급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잔여물량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유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금 부자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돈 있는 유주택자들이 매물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줍줍(줍고 줍는다) 현상이라고 부른다.
 
건설사들도 실제 청약 미달이 나와도 잔여물량에서 완판되고 있기 때문에 미분양에 대한 큰 부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사실 분양 초기 계약률이 70%만 넘으면 준공 때까지 완판은 문제없다라며 오히려 초기에 완판되면 사업주 입장에서 분양가 등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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