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탱커'가 신호탄?…중소 해운사 디폴트 우려에 국책은행 긴급회의 소집
매출 17위 동아탱커 차입금 못갚아 유동성 위기로 결국 법정관리
조선사 이어 해운사 마저 부실…산은·수은 6천억 채권회수 불확실
"동아탱커 법정관리는 전체 해운사 부실 전조증상"
2019-04-04 16:13:52 2019-04-04 17:48:44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중소 조선사에 이어 중소 해운사들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형 해운사 '동아탱커'가 유동성 위기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를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간 게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은행도 동아탱커 디폴트 문제로 임원들을 긴급소집, 대책회의에 돌입했다.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법정관리를 통해 6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회수해야 하지만 해운업의 불황으로 해운사 자산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채권은행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4일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이 돈을 빌려준 중소 해운사 '동아탱커'가 갑자기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며 "국책은행 임원들이 비상소집되는 등 긴급회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동아탱커는 우리나라 해운사 중에서 매출기준으로 약 17~20위 수준이다. 주로 석탄·광석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을 운용한다. 이 회사에는 국책은행으로부터 총 6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이 들어간 상태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약 2500억원, 산업은행 약 2000억원, 나머지 1500억원은 해양진흥공사와 일부 시중은행들이 빌려준 상황이다. 
 
최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각각 동아탱커의 법정관리 소식에 임원들을 긴급 소집하고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해운산업 업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동아탱커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동아탱커는 최근 급격하게 운송물량이 줄어들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시 인근 광산지역의 댐이 무너지고 광산 운영이 중단되자, 철광석 운송물량이 급격히 감소한 게 치명타였다. 게다가 동아탱커는 과거 비싼 용선료를 지불한 상태여서 고정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등 이중고에 처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아탱커 벌크선의 영업이익은 40억원, 부채비율은 1814%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동아탱커의 부실은 예견됐던 일이며 이같은 분위기가 중소형 해운사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중소형 해운사는 아직까지 금융위기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체질이 취약해진 상태다. 특히 금융위기발 선박 공급과잉이 운임비 상승을 여전히 막고 있다. 실제로 동아탱커 등 벌크선들의 운임지수(BDI)는 올해 1월 1036포인트에서 최근 73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까지 일어나 운임수요도 둔화하고 있다. 자본력이 있는 대형 해운사들은 대내외적인 악영향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해운사들은 작은 글로벌 이슈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소 연구위원은 "벌크선들은 2016년 하반기에 잠깐 좋아졌다가 이번 브라질 광산 사태 때문에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운업황이 안좋다 보니 채권은행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책은행의 채권회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아탱커는 법원 결정에 따라 자산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은 자산매각을 통해 6000억원의 채권을 회수해야 하지만, 업황이 안좋아 자산이 신속하게 매각될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중소 조선소'에 이어 '중소 해운사'까지 어려워지면서 국책은행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인수의향자가 나타지 않아 매각이 장기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필리핀)도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가, 한진중공업의 자본잠식을 유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동아탱커의 법정관리는 전체 해운사 부실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며 "이미 중소 조선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운사도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소재 '동아탱커'가 보유한 벌크선의 모습. 사진/ 동아탱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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