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노동이사제 본격화…"이번주 이동걸 회장과 논의"
노사, 이동걸 회장 해외출장 다녀온 뒤 본격 논의
금융당국 "노동이사제 시기상조"…도입 쉽지 않을 듯
2019-04-09 14:34:14 2019-04-10 16:18:3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산업은행 노조가 노동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를 두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노조는 이달말까지 후보자 공모를 마치고, 다음달부터 검증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상위부처인 금융당국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이번주부터 이동걸 회장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그간 이동걸 회장이 해외출장 중이라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조만간 열릴 노사협의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안건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달내로 외부 공모절차를 거쳐 후보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다음달까지 후보자 검증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만약 임추위가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면, 이동걸 회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산업은행 상황이 노동이사제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기업은행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실패하면서다. 
 
지난 2월25일 기업은행 노조는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좌초됐다. 사측은 3월11일 이사회를 열고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 과제라는 점에서 기업은행이 먼저 (노동이사제를) 실현해주길 기대했지만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된 노동이사제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부가 '관치'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금감원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종사자의 급여, 복지 수준으로 볼 때, 다른 분야보다 먼저 금융권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열악하거나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노동이사제를 찬성해온 윤석헌 금감원장도 "아직 사회적으로 수용할 상태가 아니다"라며 "도입하는 건 이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2017년 7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더민주 박광온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추진은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지만 결국 정부 의지 문제"라면서 "다음달 결과가 잘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의 모습.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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