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IMF가 물어준 숙제 '내수 부진' 극복해야
입력 : 2019-05-09 06:00:00 수정 : 2019-05-09 06:00:00
3월 경상수지가 112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83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7년에서 딱 한 달 모자란 수치로, 역대 최장기간 흑자행진이다. 그러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이를 실물경제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의 저자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발생은 저축보다는 투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가계 저축이 늘어난 반면 기업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우리 경제를 진단했다. 
 
내수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었으나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져왔다.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으나 이와는 무관하게 경제지표는 늘 그럴싸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호황을 누려본 기억이 없다. 체감경기가 싸늘하다는 뉴스가 매번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수가 좋아지려면 가계가 닫았던 지갑을 다시 열고,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 대한 장기간 우려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닫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모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 기아, 한양 등 당시 위세를 떨치던 대기업마저 줄도산으로 무너지고 수많은 실업자가 된 양상을 지켜본 트라우마가 22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심리를 바꾸기는 매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확실한 처방 또한 없다.
 
해답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정부 부채는 타국가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나타나고 있을 뿐더러 지난해 재정수지도 GDP 대비 1.8%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쌓아둔 곳간을 풀어 기업들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만들고,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한편 사회간접자본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 추경 없이는 올해 GDP 2%대 중반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기도 하다. 
 
정부의 추경에만 의존한다는 데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이 살아나야 내수가 살아나고, 내수가 살아나야 세수도 걷힌다. 3박자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IMF 트라우마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하 정책부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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