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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M&A 대전)②자력 성장 한계·비은행 강화 목적에 M&A 눈독
신한·KB·하나 등 3대 금융지주 비은행 비중 여전히 낮아
금융지주 체제 부활 우리금융, M&A '큰 손' 예약
2019-05-31 08:00:00 2019-05-31 08: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권에서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이 최근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배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비은행 강화를 꼽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은행 계열사에 지나치게 치우친 수익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영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향후 몇년안에 이같은 수익구조가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금융지주들은 최근 알짜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수년전부터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이같은 수익 구조 탈피를 위한 내부 조직개편 등을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KB금융(105560)지주의 경우 2014년 29.5%였던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비중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0%대로 올라섰으나 지난해 다시 26.2%로 내려앉았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과거 옛 외환은행 인수로 인해 비은행 비중이 경쟁사에 비해 더 낮은 실정이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비중은 2016년 19.8%, 2017년 16.4%에 이어 지난해에는 18.3%를 기록했다.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지주)의 경우 30~4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의 비은행 부문 비중이 과거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사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비은행 금융사 인수에도 비은행 비중이 기존과 별 차이가 없는 점을 보면 해당 금융업권의 시장 상황이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자체적으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의 인수·합병(M&A) 경쟁은 금융산업의 지형도를 바꿨다. M&A 결과에 따라 금융업권 내 순위 변화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간 순위 역시 뒤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다. 신한지주는 지난 2016년까지 당기순이익 기준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KB금융이 지난 2015년 옛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데 이어 다음해에는 옛 현대증권을 인수해 각각 KB손해보험, KB증권 등의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이들 계열사의 호실적에 힘입어 2017년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지난 2016년 이들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KB금융이 2조1437억원, 신한지주가 2조7748억원으로 신한지주가 앞섰으나 2017년에는 KB금융이 3조3119억원, 신한지주가 2조9177억원으로 뒤바뀌었다. KB금융이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한 2017년은 때마침 KB금융이 인수한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이 33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KB금융 자회사 편입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한 해다.
 
신한지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옛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인수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신한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지난 2007년 옛 LG카드(현 신한카드) M&A 이후 약 10년만의 빅딜이었다. 지난해 연말까지 자회사 편입을 무사히 마친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 인수 효과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91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KB금융(8457억원)을 제쳤다.
 
금융권에서는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한 우리은행의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316140)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부터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면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회사, 카드사를 인수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3일 국제자산신탁과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달 5일에는 ABL글로벌자산운용과 동양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사모펀드(PEF)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아주캐피탈을 인수해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유하고 있어 펀드 청산 시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도 추가로 편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1월 우리금융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의 M&A 행보는 소형 금융사 위주"라며 "자산 위험도 평가방식이 내부등급법으로 변경되면 규제 및 자금 여력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대형 M&A에 나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역시 적극적인 M&A로 종합 금융그룹 도약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우리금융 출범식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인 M&A를 통한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로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제고해 우리금융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며 "비은행 금융사 M&A를 통해 2~3년 안에 1등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해 우리카드와 합병할 경우 금융그룹으로서의 모습을 어느정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금융그룹 3위 자리를 굳힐 수 있게 된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686억원으로 하나금융(5560억원)보다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리딩 금융그룹 자리다툼뿐만 아니라 금융지주별 순위 변화에 M&A가 큰 영향을 끼친 만큼 성공적인 M&A 성패에 따라 순위 변동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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