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상가에 국산 스피커로 새 소리 들려드리겠습니다”
50돌 낙원상가 식구된 20대 청년, 평면한지스피커로 승부
입력 : 2019-07-17 15:09:50 수정 : 2019-07-17 16:33:45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한국 대표 악기전문상가인 낙원상가가 어느덧 50살을 맞은 가운데 새로운 기술과 전문성으로 낙원상가의 새 식구가 된 20대 청년이 있다. 1969년 완공된 낙원상가는 1980~19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악기 거래의 중심지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낙원상가도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와 전자악기 등장, 노래방 대중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찾는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때는 수억원의 권리금도 이젠 옛 추억이 됐으며, 급기야 지난해엔 공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 낙원상가에 2017년 6월 김대규(29) 힘멜프로 대표가 스물 일곱의 나이에 음향장비 판매점을 하겠다고 들어오자 상인들은 “1년 안에 그만두겠다”, “지금 경기에 못 버틸텐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 몇 년 사이 새로 장사하겠다고 들어온 청년은 김 대표가 유일했다. 이미 상인들은 대부분 50~60대로 건강이나 매출 등을 이유로 장사를 접는 경우도 많았다. 점차 낙원상가에 악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시간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김 대표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의 가장 큰 자산은 30년 넘게 카오디오만 만들어온 아버지였다.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음향기기와 함께 자라온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음향기기로 진로를 정하고 곧바로 한 음향기기 제조업체에 취직해 5년간 경험을 쌓았다. 업체와 함께 성장한 그는 총판을 맡아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낙원상가에 입성했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20대 된 후에도 아버지와 함께, 혼자서 낙원상가에 놀러 온 기억이 있다”며 “음향기기를 판매한다고 할 때 다른 곳은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에 다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던 상인들도 김 대표가 해박한 지식을 갖고 붙임성 있게 먼저 인사하며 다가가자 차츰 경계를 풀었다. 이젠 먼저 간식도 갖다주고 식사시간이면 함께 밥 먹으러 가자고 먼저 챙길 정도로 가까워졌다. 2017년 매출 1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150%씩 성장하며 음향기기 판매로 자리를 잡을 즈음, 올 초 김 대표는 또 한 번 모험을 택했다. 국산 스피커 개발이라는 오랜 꿈을 현실화한 것이다.
 
사실 악기나 음향기기 쪽은 거의 전부 중국에 OEM방식으로 제작되는 현실이다. 이젠 가격은 물론 기술력까지 중국에 추월당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예전에 실패했던 카오디오용 한지스피커를 보완해 8인치 평면한지스피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스피커의 음질을 좌우하는 우퍼를 일반 콘지가 아닌, 더 얇고 내구성 좋은 한지로 만들었다. 덕분에 저음부에 해상력을 높여 보다 깨끗한 소리를 구현한다. 특히, 해외 유명 음향업체의 개발 트렌드에 발맞춰 진동판을 평면으로 만들어 반응속도를 높이고 각도와 상관없이 소리가 고르게 전달 가능하다.
 
8인치 평면한지스피커가 처음 선보인지 두어 달, 12인치는 개발 완료단계, 충전식 스피커도 개발 중이다. 8인치 평면한지스피커의 가격은 100만원대로 80만원대의 중국산과 가격 격차를 좁혔으며, 이미 우수한 음질로 마니아들 사이에 인정받고 있다. 종교시설이나 강연용으로 평면한지스피커를 찾는 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는 한지를 하나 하나 다 수작업으로 만들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기계화를 진행하면 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낙원상가 청년 성공사례가 돼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 낙원상가의 향후 다가올 세대교체를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낙원상가가 단순한 전문판매점을 넘어 제조창구와 복합문화공간으로까지 확장하면 온라인 시대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음향기기는 비쌀수록 직접 듣고 구매 결정을 하는만큼 수동적으로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SNS 활동과 온라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고객을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산 스피커 개발로 당장 큰 돈을 못 벌더라도, 청년도 낙원상가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 30년, 40년 아니 평생 낙원상가에서 음향기기와 함께 장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규 힘멜프로 대표가 17일 낙원상가 매장에서 평면한지스피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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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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