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삼성 첫 1위…경제성장·사회발전 기여도 ‘인정’
이재용 부회장,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환경 악화에도 적극적인 위기관리 행보 평가
한진·조원태 회장 여전히 최하위…‘재벌 갑질’ 관련 그룹 이미지 개선 필요 지적
입력 : 2019-08-05 07:00:00 수정 : 2019-08-05 07: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이 처음으로 가장 신뢰하는 재벌 선두에 올랐다. 조사를 시작한 지 1년4개월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총수 부문에서 2위를 유지했지만 1분기(5월) 조사 때보다 신뢰점수를 올렸다. 일본 정부의 한국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규제로 인해 삼성과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점수가 뛰어오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1위를 놓쳤다. 구광모 LG 회장은 총수 부문 선두를 유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2019년 대기업집단을 새로이 공시했지만 하위권에 드는 재벌과 총수는 비슷했다. 지난해 ‘물벼락 갑질’과 총수일가의 배임·횡령 혐의로 여론이 악화된 한진은 올해 총수가 조원태 회장으로 바뀌었음에도 재벌과 총수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호아시아나, 부영, 한화, 롯데 등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은 4일 발표된 ‘2분기(8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행태부문 재벌그룹 항목에서 신뢰점수 35.73으로 첫 1위에 올랐다. 재벌그룹 전체점수는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재벌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재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 긍정점수와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재벌로 구성된 부정점수를 합산해 도출했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재벌 항목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점수 합산에서 제외했다. 총수 항목 역시 같은 방식으로 결과 값을 구했다.
 
삼성은 4개의 평가항목 중 경제성장 기여(30.92), 사회발전 기여(21.06) 항목 점수가 다른 재벌들보다 크게 높았다. 부정점수인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 미치는 재벌(악영향) 항목에서 지속적으로 점수를 개선(4월 11.54, 5월 11.16, 8월 9.37)한 점이 종합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29.11로 2위를 유지했지만 지난 조사 때 주춤했던 종합 점수를 1.37 올리며 1위와의 격차를 2.41까지 좁혔다. 이 부회장 역시 악영향 항목에서 점수를 0.98 개선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이 부회장이 1위 구광모 회장과의 지수격차를 계속 좁혀온 만큼 다음 조사에서는 1, 2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경제성장이 주춤한 데다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재계 1위 삼성의 역할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수출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를 정조준하자 일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상대적으로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위기관리 행보도 긍정 점수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가 발표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 대형은행과 협력사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돌아와서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주재해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주문했다. 다만 조만간 결론이 날 이 부회장 대법원 선고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향후 신뢰 척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 소장은 “한일 무역전쟁의 최전선에 선 삼성에 대한 국민적 성원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삼성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행태부문 신뢰지수 1위가 ‘국가대표’ 삼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성원이지 아직까지 신뢰 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G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2위(35.65)를 차지했다. 구광모 회장은 31.52로 1위를 지켰지만 종합점수는 지난번 조사보다 소폭 떨어졌다. 다만 사회적 책임(20.32) 항목에서는 재벌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구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청와대 간담회,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와의 만남 등에 참석하면서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자리매김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기존 사업을 정리·재편하는 작업도 빠르게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전자장비·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서는 아직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 회장이 총수로서 그룹의 향방을 명확하게 제시할 중요한 시기라는 평가다.
 
재벌 부문에서는 LG에 이어 SK(16.47), 현대자동차(13.61)가, 총수 부문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14.40), 최태원 SK 회장(12.50)이 5위권을 형성했다. 카카오(6.69)와 김범수 이사회 의장(7.56)은 행태부문에서도 각각 5위와 6위에 랭크하며 선전했다.
 
30대 그룹 명단은 바뀌었지만 한진(-17.72)과 조원태 회장(-13.81)은 여전히 30위였다. 한진 총수 일가의 횡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 부문에서는 한진에 이어 금호아시아나(-7.58), 부영(-7.22), 롯데(-4.28), 한화(-2.01)가 하위권에 랭크됐다. 총수 부문에서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7.92), 이중근 부영 회장(-5.02), 김승연 한화 회장(-4.51), 신동빈 롯데 회장(-4.15)이 조 회장 뒤를 이어 하위권을 형성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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