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있는데…" 특구서 암호화폐는 찬밥
특구 지정 부산서도 ICO 허용 안돼…지역화폐도 바우처 형태로
입력 : 2019-08-05 16:51:33 수정 : 2019-08-05 16:51:3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는 정부 기조가 유지됐다. 블록체인 특구로 최종 선정된 부산시에서 암호화폐 발행과 유통에 관련한 블록체인 서비스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온 특구 내 암호화폐발행(ICO)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규제자유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블록체인과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첨단기술 기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핵심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특구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앞서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ICO가 진행된 전례가 있는 만큼 아쉽다는 반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블록체인 특구는 물류와 관광, 안전, 금융 총 4개 사업 분야에서 수산물 이력 관리, 관광 서비스, 디지털 바우처 등 생활밀착형 블록체인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산 내 문현혁신지구, 센텀혁신지구, 동삼혁신지구 등 11개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 2021년까지 약 299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다만 현재 4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13개 사업자들은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피앤솔루션과 부산테크노파크 등이 참여하는 물류 분야에서는 원산지 위변조 방지, 신속한 역추적으로 물류비용 절감, 유통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미래형 물류체계 구축 등의 사업이 추진된다. 현대페이와 한국투어패스는 관광 분야에서 관광객의 거래정보 공유를 통해 소비패턴을 분석한 관광상품 개발, 이용자 보상 등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안전 분야에서 코인플로그와 사라다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사업은 시민이 제보하는 영상과 위치정보를 가지고 경찰과 소방서 등이 실시간 상황 파악,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영상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금융 분야에서 부산은행이 추진하는 지역화폐 사업도 있지만, 직접 암호화폐를 적용한 서비스는 아니다. 부산은행은 지역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바우처 형태으로 지역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특구에서 암호화폐 발행과 유통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 바우처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되, 암호화폐 성격을 제거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기능이 제한됐다. 또 특구 내 관광사업과 직접 연계한 실증사업에만 사용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체인 특구 지정으로 부산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관련해 몇 가지 규제특례가 인정되기는 했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기존의 정부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며 "주요 사업들도 공공사업 위주로 보여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특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적어도 특구 내에서는 제도적으로 암호화폐 투기 우려를 해소하고 사업자들이 안전한 암호화폐 서비스를 개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블록체인 육성, 암호화폐 금지라는 반쪽짜리 정책이 특구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일찍이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국내에서 ICO를 진행한 전례가 있어 이같은 아쉬움은 더하다는 반응이다. 제주도에 위치한 애드포스 인사이트의 자회사 위블락아시아는 지난해 11월 지자체와의 협력과 꼼꼼한 법률 자문을 거쳐 공개적으로 국내 1호 ICO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들이 탈중앙화된 광고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설립한 제주 1호 블록체인 기업이 됐다. 부산과 함께 블록체인 특구 지정에 도전했던 제주도는 당시 특구에서 규제 샌드박스의 규제신속확인 제도와 제주특별법을 통해 ICO를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블락 관계자는 "당시 ICO보다 토큰제너레이션이벤트(TGE)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TGE는 넓은 의미에서 ICO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작은 규모의 토큰 발행이었기 때문에 암호화폐 투기 등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했던 지자체와 여러 차례 협의하고, 관련 법규 준수를 위해 법률 자문을 받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위블락은 지난 6월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반 리워드 광고 서비스 페이웍을 출시했고, 연내 제주도 카페를 대상으로 사용자 보상 광고 플랫폼 줍줍을 출시할 예정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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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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