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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발 '농민수당' 포퓰리즘 논란 …"재원상황 고려 않은 선심성 정책"
총선 앞두고 '농민 표심잡기'…일부 여당 의원들도 동조
2019-10-10 06:00:00 2019-10-10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의당발 '농민수당' 입법 추진이 포퓰리즘 논란을 낳고 있다. 농어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고 도농 간 소득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이지만, 정책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데다 재원마련 대책도 요원하다. 그런데도 여당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까지 동조하고 나서면서 총선을 앞두고 '농심'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7일 '농어업인 기본수당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엔 농어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익성을 증진하고자 기본수장을 지급하며, 재원마련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는 점을 규정했다. 국무총리 산하에 '농어업인기본수당위원회(가칭)'를 두는 한편 매달 10만원 이상의 지급액과 국가의 지원비율(40~90%)도 명시했다.
 
국회에서 농민수당 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의원은 "2018년 통계청에 조사를 보면 농가와 어가의 평균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에 비해 각각 65.5%, 80.0%"라며 "농어촌은 자생적으로 소득이 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기본수당을 지급해 안정적 소득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수당 입법화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오영훈·위성곤 의원,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도 관심을 표명했다.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도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어업계는 매월 일정한 액수의 농민수당이 지급되면 삶이 질이 향상되고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기존 농사직불금 제도는 농지면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져 동일 지역 안에서도 불평등이 생겼기 때문에 농민수당이 더 낫다는 주장이다.
 
9월10일 '제주농민수당조례제정운동본부'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위해 농민수당을 지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21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농민수당 입법 논의가 나온 건 총선에서 농어촌 민심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현재 농민수당 지급에 공감대를 표한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농어업 인구가 있는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인 잠재적 후보들이다.
 
농민단체도 농민수당 공약을 총선과 결부하는 모양새다. 박형대 '전남 농민수당 도입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농민수당은 단순한 기본소득 논의가 아니라 새로운 농업운동이자 농업정책"이라면서 "2020년 총선에선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농민수당에 대한 의견을 분명히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선에서 농민수당 도입을 공약한 정당 또는 후보를 뽑겠다는 의지다.
 
기본소득에 관한 사회적 합의조차 미흡한 상황에서 농민수당의 정책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따르면 국내에서 농민수당이라는 개념이 최초로 등장한 건 2015년 무렵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민중당(당시 민중연합당)이 농민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후엔 전남 강진·나주·해남군, 경북 봉화·청송군 등 20여개 지자체가 조례 형태로 농민수당 도입키로 했다. 강진은 연 70만원, 해남은 연 60만원, 봉화는 연 50만원을 지급액으로 책정했다.
 
지자체가 농민수당을 도입한 게 이제 3년째에 불과, 정책효과가 제대로 확인돠지 않았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농민수당 등 기본소득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많은 논의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제도적·법률적 관계와 예산, 실시방법 등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마련도 걸림돌이다. 농민수당을 지급키로 한 강진·나주·해남군이 있는 전남도는 올해 기준 재정자립도가 25.7%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꼴찌다. 경북의 재정자립도 역시 31.9%에 불과하다. 앞서 윤 의원이 농민수당 법안을 발의하며 국가의 지원비율을 최대 90%까지 정한 것도 농어촌지역에서 농민수당을 제대로 지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정치적 이상과 달리 현실적으로 재정적 뒷받침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해외에서도 논란이 많다"라고 전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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