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추미애가 강금실이라고?"
입력 : 2019-12-10 06:00:00 수정 : 2019-12-10 06:00:00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포함한 모든 가족이 큰 상처를 입고 낙마한 이후 법무부장관 자리는 그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그러면서도 일단 말에 올라타 성공적으로 정리만 해내면 대선을 향해 성큼 다가갈 수 있는 ‘그림의 떡’인 자리가 되었다. 
 
청와대에서 의사를 타진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고,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손짓을 했던 몇 명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가 요점이었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과 여당은 실제로 후보를 고를 때 ‘적당한 능력’과 ‘청문회 통과’가능성을 중요하게 따졌다는 소문도 퍼져 나온 터였다.
 
그러나 일단 구겨질대로 구겨진 청와대의 위상을 살리고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내년 총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강단 있는 장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잡는다’는 표현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윤 총장을 잡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렇게 후보는 정말 '몇 명'으로 한정됐고, 당연히 추미애 후보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당 대표’를 했던 5선의 판사 출신 국회의원이 무슨 장관후보로 가느냐며 뜯어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특히 계산에 밝은 이들은 '추다르크'가 기회를 잘 살리기만 하면 곧바로 대선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그녀를 설득했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추미애 후보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됐고,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공격을 하든지 간에, 이제 그녀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각각 ‘판사 출신 여성 장관’이자 ‘검찰개혁’이라는 절체절명의 화두를 위해 화려한 '불쏘시개' 노릇을 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그러면서도 너무도 험난한 가시밭길 위를 걸을 것이 뻔하다는 둘만의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나이와 연수원 기수도 모두 하나씩만 차이가 난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2월, 강 전 장관은 당시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설치 등을 필두로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강 전 장관은 송광수라는 강력한 검찰총장에 발목을 잡혔고, “차라리 내 목을 치라”(2004년 6월)며 버티던 검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부임 1년 5개월 만에 전격 교체됐다. 
 
2019년 12월, 추미애 후보자도 겉으로는 상황이 비슷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화두로 하는 검찰 개혁을 반드시 이뤄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고, 한국당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윤 총장의 위세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조국 전 장관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거친 민정 라인의 관련성이 논란이 되었으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를 개시하게 한 첩보가 현 울산 부시장이었다는 얘기가 엮이면서 하명 수사 논란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경수 현 경남지사가 유재수와 장기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엑셀파일 100개 시트가 넘는 분량의 자료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는 곧, 지난번에 있었던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도 있고, 결국 윤 총장으로 하여금 브레이크 없는 과속행진을 계속해도 좋다는 '007의 살인면허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 후보로 지명되고, 추 후보는 윤 총장과의 협조가 가능하겠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9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또 다시 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윤 총장과의 관계는 헌법과 법률에 의한 기관 간 관계"라고 말하며 “검찰총장과의 개인 간 관계는 더 이상 국민들께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윤 총장의 축하 전화 관련하여 “그냥 단순한 인사였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담담히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우 믿음직스럽고, 환영할만 한 답변이었을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추 후보자 말대로 남은 일은 ‘장기간 이뤄진 법무 분야의 국정 공백을 메우는 것’과 ‘검찰개혁을 제대로 이루어내는 것’일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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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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