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사위, 기후환경본부 '감싸기' 감사 논란
본부, 국회엔 "공문 잘못" 인정…감사위엔 "실수 아닌 적법" 말 바꾸기
공문 결재 담당 과장도 "조례 없는 내용 유효하지 않다" 문제점 인정
감사위만 환경평가 면제 조례 추진 "문제 없다" 판단
입력 : 2019-12-11 07:00:00 수정 : 2019-12-11 07: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일부 건축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초법적 공문을 만들고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는 의혹에 대해 시 내부 감사 기관이 조사에 나섰지만 '제식구 감싸기'란 지적이다. 특히 해당 부서인 기후환경본부(본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외부기관에는 초법적 공문에 대해 잘못을 시인했지만, 시 감사위원회(감사위)에는 '적법한 업무'라고 말을 바꿨고, 감사위는 이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셀프 감사'다. 
 
 
앞서 서울시는 1월3일 개정된 환경영향평가 조례에 따라 '연면적 합계 10만제곱미터 이상인 인·허가 전 모든 건축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되 개정 조례 중 평가대상 변경조항(별표1)은 6개월 뒤에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1월8일 "2019년 7월2일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인가(승인 등)를 신청한 사업은 제외"라는 공문을 작성해 논란이 생겼다. 조례에 없는 내용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지정한 탓이다. 이후 본부는 10월4일에 다시 정정 공문을 보낸 후, 같은 달 17일 시의회를 통해 특정 사업자들을 환경영향평가에서 면제시켜 주는 내용으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위 관계자는 "1월8일 공문은 1월3일 개정된 조례의 부칙(별표 1 제1호 자목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을 안내한 것이고, 10월 공문 역시 부칙 내용을 명확히 한 것에 불과해 문제가 없다"며 "10월 조례 개정안 역시 부칙에 있던 내용을 명확히 한 것인 만큼 문제가 없으며, 청부입법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기된 의혹에 관해 본부 담당자들의 설명을 듣고 해명자료를 봤다"며 "1월8일 공문은 실수가 아니며 적법하고 조례에 맞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본부 담당자들에게 설명을 들었다는 서울시 관계자 역시 "1월8일 공문은 민원 해소를 위해 작성한 공문이 아니며, 10월의 조례 개정안도 청부입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부는 국회에는 잘못을 인정했다. <뉴스토마토>가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본부는 권 의원에게 "1월8일자 공문에 조례와 다른 내용을 추가 기입한 근거서류, 입법예고 등 전체 입법과정에서 논의된 근거는 없음"이라고 밝혔고, "1월8일자 공문이 잘못된 것을 인지해 조례 개정 사항을 (10월에) 재안내했다"고 확인했다.
 
본부의 환경영향평가 담당 과장도 동일한 취지로 답변했다. 공문을 최종 결재한 과장은 "그때는 그런 것들(경과규정 문제)이 부각되지 않아서 안내하는 공문으로만 생각해 논의를 안 하고 결재를 했다"며 "건축 사업자들은 '환경영향평가는 시·도 조례로 정하고, 조례에 없는 내용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10월4일자로 '1월8일자 공문이 잘못 나간 것이고 원래 조례는 이런 내용'이라며 보완하는 공문이 나갔다"고 전했다.
 
본부가 국회엔 1월8일 공문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으면서 시 감사위 등 서울시 내부에서는 잘못이 없다고 설명하는 등 말 바꾸기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감사위는 본부의 해명만 믿고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한 형식적 진상조사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과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은 지난 2015년 서울시의 감사 기능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내부 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행정1부시장 산하에 있던 감사관을 시장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인 감사위로 개편했다. 감사위가 박 시장의 개편 의지에 부합하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감사위는 본부가 권은희 위원에게 제출한 해명자료를 확인해 본부 해명의 진위 여부를 파악한 후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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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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