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인생은 꿈과 같은것"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 주연으로 제2인생 출발
2010-05-25 12:00:00 2010-05-25 12: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인생은 꿈과 같은것"
 
'세풍(稅風) 사건'으로 탄탄대로의 공직생활을 접어야했던 이석희(63) 전 국세청 차장이 프로극단 연극무대의 주연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화제다.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 눈빛극장. 
'리회장 시해사건' 연기를 막 끝낸 이 전 차장은 이 연극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인생은 꿈과 같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전 차장의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대답이 설명이 될 수 있을까.
 
이 연극은  '살인의 추억'의 원작 '날 보러와요'를 쓴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신작이다. 한 재벌기업 총수가 죽음을 맞고, 장례를 치르다 운구가 움직이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김 교수와 이 전 차장은 경기고-서울대 동문 사이. 이 전 차장은 김 교수가 내민 이 작품의 타이틀롤이 맘에 들어 주연을 덜컥 맡는 사고를 쳤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관료에서부터 현재 '정일세무법인'과 '청안건설'을 운영중인 '회장님'이지만 연극에 대한 꿈을 잊고 산 적은 없다.
 
"경기고 1학년 시절, 연극을 하면 담배를 피울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연극을)시작했죠"
 
털털한 성품에 대답에 장난기가 잔뜩 묻어난다. 그러나 연극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실험극장 대표였던 고 김동훈씨, 영화배우 고 이낙훈씨와 같은 선배들을 만나며 연극인의 꿈을 키웠었다. 대입을 앞두고 배우가 되기위해 연극영화과 원서도 썼으나, 자식이 고위공무원이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재수끝에 서울법대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법대에 연극반을 만드는 등 열정이 있었지만 공직의 길로 접어들면서 꿈을 접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장승진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학전 대표였던 김민기씨와 예전 연극하던 친구들을 모으니 100여명이나 되더군요. 이후 그 친구들과 '화동연우회' 극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화동연우회'는 1991년 경기고 연극반 출신이 모여 만든 극단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연극을 해보니 정치와 비슷한 점도 있더군요. 자기와 관계없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하는 점이 닮았죠. 물론 사회가 (그걸) 요구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는 과거 못이룬 꿈인 정치를 연극에서 만나고 있다. 
 
그래서 그가 내린 결론.
 
"(정치가) 저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연극을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10년만 일찍 했으면 (전문)연극인이 될 수 있었을텐데…"
 
올해 만63세인 그도 세월탓을 가볍게 했다. 계속 연극을 하고 싶지만 현재 하고 있는 생업도 있고 가족들이 있어 마냥 연극에만 몰두하기도 쉽지않다.
 
"세무공무원으로 오랜세월 살아가다 보니 제 역할인 '리회장' 같은 재벌들도 많이 봤습니다. 물론 탈세 등 부정적인 면도 보게 되지만 한 '인간'으로서 일가(一家)를 이루면서 겪었을 자신과의 싸움을 높이 평가하기도 합니다. 기업을 운영하며 간혹 불법이나 나쁜일을 하게된다면 사회환원과 어려운 이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어느정도 만회할수 있지 않을까요"
 
사돈인 장회장의 기업을 합병으로 집어삼키지만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극중 '리회장'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결코 녹녹하지 않았던 과거를 녹이고 있는 이 전 차장. 그는 이제세상을 품고 있다.
 
`브라보 리회장!`을 기대한다.
 
◇ 이석희(가운데) 전 국세청 차장이 서울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에서 열연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