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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총선 맞수) 서울 동작을, 나경원 vs 이수진…'판사 출신' 맞대결
16·17대 진보 성향 당선, 18대부터 정몽준·나경원…여성 법조인 선후배 '4선 중진' vs '정치 신인'
2020-03-08 06:00:00 2020-03-08 12:05:01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수진 전 부장 판사를 서울 동작을에 전략 공천하기로 결정하면서 동작을은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과 서울대·판사 출신 여성 후보의 맞대결로 승부를 겨루게 됐다. 4·15 총선 수도권 주요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동작을은 서울의 서부 한강 벨트의 핵심 선거구로 떠오른 지역이다.
 
동작을(상도1동·흑석동·사당 1~5동)은 현역인 나 의원이 2014년 재보선에 이어 지난 총선에서도 승기를 거머쥐면서 단단히 뿌리를 내린 지역이다. 나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달 13일 일찍이 동작을 공천을 확정지었다.
 
동작구는 20~30대 비율이 서울 타 지역에 비해 높아 상대적으로 진보 정당에 유리한 듯 하면서도 서초구 등과 인접해 보수 성향도 짙게 나타난다. 실제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민주당 성적표가 높은 데 반해 총선에서는 17대 이후 내리 고배를 마셨다.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이계안 후보가 당선됐고, 18·19대 총선에서는 보수 진영 거물 정치인인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각각 정동영·이계안 당시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 동작을은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이수진 전 판사를 전략 공천하기로 하면서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과 선후배 판사 출신 대결이 성사됐다. (왼쪽)나경원 의원·이수진 전 판사. 사진/ 뉴시스
 
나 의원은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지역구 재선과 야당 원내대표 출신 등 여성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은 경력을 쌓은 만큼 경쟁력은 만만치 않다.
 
다만 미래통합당으로서도 낙승을 자신하기는 어렵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출신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 구청장은 동작을 지역에서도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를 받았다.
 
동작을 표심을 가르는 중요한 또 하나의 변수는 부동산 등 개발 수요다. 동작을로 분류되는 사당 1·2동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초구와 나눠지지만 아파트 값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지역 주민들 사이 불만이 높다.
 
나 의원 역시 이 같은 동작을의 욕망을 자극한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 총선에서 '강남 4구 일류 동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표심을 샀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 연고가 없는 상대 후보에 비해 6년 동안 지역 밀착형 의정으로 발전에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 높은 대중적 인지도로 동작을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나 의원이 동작을에서 이번에도 깃발을 꽂는다면 통합당이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 성공 뿐 아니라 5선의 여성 정치인 배출과 강남에 이어 보수 텃밭을 마련할 수 있다.
 
민주당의 전략 공천 카드인 이 전 판사는 나 의원과 서울대 출신 판사를 지낸 여성 후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과거 양승태 대법원에 저항했던 이 전 판사의 스토리를 앞세워 동작을에 있는 젊은 층 상대로 '야당 심판'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판사는 올해 1월 민주당 영입 인재 13호로 입당했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6~2017년 대법원 민사 연구관으로 있으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2018년 '강제 징용 판결 지연 의혹'을 폭로하는 등 법원 내 내부 고발자로 이름을 알렸다.
 
민주당은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만큼 양승태 대법원에 저항했던 이 전 판사의 개혁적 성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또 야당의 유력 정치인과 맞서 정치 신인인 이 전 판사가 승리할 경우 '이변'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점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나 의원은 동작을에서 이 전 판사와 맞붙게 된 데 대해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이면 아무나 된다는 오만함이냐"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그는 "동작구 알기를 가볍게 여기는 민주당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지난해부터 동작을 후보로 이름만 왔다간 사람이 몇 명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이용우 전 카카오 뱅크 대표 등 동작을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올랐던 인사들을 거론하며 "주말마다 돌린 여론 조사가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그러더니 동작에 연고도 없는 사람을 전략 공천해 내려 보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른걸 다 떠나, 동작 발전과 동작 주민들의 삶을 위한 고민을 단 한 순간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라며 "동작에는 마을을 너무도 아끼는 동작 사람들이 있고, 동작 사람 나경원이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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