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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용공여 이자율 요지부동
기준금리 내려도 2년새 이자율 조정 전무…CMA금리는 즉각 인하
2020-06-01 06:00:00 2020-06-01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국은행이 코로나19발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지만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빌려주는 신용공여 이자율은 제자리걸음이다. 기준금리 인하 직후 즉각적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수신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과는 대비된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공시하고 있는 28개 증권사 가운데 올 들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3곳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매매거래 자금이나 증권담보대출금 등을 빌려주는 것으로, 현재 증권사들은 융자 기간에 따라 연 3.9~11%대 이자를 받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셈이다.
 
이 같은 행태는 기준금리 인하 직후 환매조건부채권(RP)·머니마켓펀드(MMF)형 등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인하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현대차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29일부터 CMA 등 단기금융상품의 금리를 현행보다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0%로 내리면서 고객 자금을 단기 채권 등에 투자하는 수신금리도 조정한 것이다.
 
특히 KB증권의 RP형 able CMA금리는 연 0.50%에서 0.25%(개인)로 제로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증권사 단기금융 상품 중 연 1%대 금리도 자취를 감췄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6월1일부터 단기금융상품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반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의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 인하) 이후 현재까지 대출 이자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SK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3곳에 불과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부터 신용이자를 기존 연 4.4%에서 3.9%(1~7일 기준)로 0.5%포인트 인하했으며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6월1일부터 신용융자와 예탁증권 담보대출, 수익증권 담보대출 상품에 대해 0.1%~0.4%포인트를 인하·적용할 예정이다.
 
SK증권은 7월10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기존 연 7.5%(1~30일)에서 5.9%(1~7일), 6.9%(8~15일), 7.5%(16~30일)로 차등적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이자율 인하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IBK투자증권·교보증권·한양증권·케이프투자증권·BNK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는 2018년 12월 이후 단 한 번도 이자율을 변경하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이자율이 각 사의 자금 조달 방식과 적용기간, 고객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만 반영해 일률적으로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통상 이자율은 조달금리와 신용 프리미엄에 업무원가 등 제반 비용과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면서 "대출 재원 또한 전단채나 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뿐만 아니라 증권사별 조달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면 오히려 시장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조달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며 "(이율 책정에 있어) 전단채 발행 금리 등도 고려해야 하는데 최근 단기시장이 많이 경색됐기 때문에 대부분 증권사들이 대출이율을 낮추기가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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