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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사이더)"자기만의 '고집'과 '기준'이 장수게임 만드는 비결이죠"
컴투스 '서머너즈 워'팀 서지영 기획파트장·강승민 원화파트장
2020-06-03 14:11:37 2020-06-04 10:05:36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게임 제작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세계를 온라인에 구현하는 과정이다. 기획자의 상상력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캐릭터 담당자의 손 끝에서 전에 없던 인물들이 탄생한다. 어떤 세계에서, 어떤 캐릭터가 살아가는지에 따라 유저들의 충성도가 갈린다. 게임 제작에서 기획자와 캐릭터를 그리는 원화 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컴투스의 장수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서머너즈 워)에서 기획과 원화를 각각 총괄하고 있는 서지영 기획파트장과 강승민 원화파트장을 만나 게임의 기획부터 캐릭터 탄생까지의 과정에 대해 상세히 들어봤다. 
 
컴투스 서머너즈 워팀의 서지영 기획파트장(왼쪽)과 강승민 원화파트장이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컴투스
 
기획자, 어떤 재미 선사할지 고민…캐릭터 구현은 원화 제작자의 몫
 
지난 2014년 출시된 서머너즈 워는 컴투스의 대표 장수 RPG다. 출시 후 6년간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게임은 '글로벌 원빌드' 방식이다. 한국과 해외 시장에서 게임의 업데이트가 같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만큼 게임 제작의 모든 파트에서 유기적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서머너즈 워 팀은 △기획 △클라이언트 △서버 △그래픽(원화·모델링·연출) △사업 △QA(품질관리) △플랫폼 △해외 등으로 구성된다. 
 
기획은 게임 제작의 시작점이다. 기획파트를 총괄하는 서지영 파트장은 게임 기획자를 '유저(사용자)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직업'으로 정의했다. 게임에 들어갈 각종 캐릭터와 유저들이 상대해야 할 몬스터, 장비 등을 어떻게 구상하고 어느 시기에 투입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기획자의 몫이다. 유저들이 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새로운 장비 하나를 추가하더라도 수개월간 고민과 회의를 거듭한다. 가령 이 시점에서 이 장비가 투입되는 것이 게임의 흥미를 더하는 적절한 요소가 될지에 대해 기획 담당자들은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장비와 각종 장치들로 유저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주겠다는 윤곽이 나오면 본격적인 기획과 콘셉트 설정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기획한 내용을 원화파트에 전달한다.
 
A라는 몬스터가 추가되어야 한다면 원화파트는 이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참고할 그래픽이 없는 상태에서 몇가지 상징적인 단어만으로 콘셉트에 맞는 캐릭터를 탄생시켜야 한다. 말 그대로 모니터에 빈 화면을 띄워놓고 창작 작업을 하는 것이다. 캐릭터의 눈썹 위치, 눈매, 표정 하나까지도 캐릭터를 다르게 보이게 하는 요소다. 다양한 시도를 반복하며 기획 파트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작업이다. 이 부분이 원화 파트에서 가장 까다롭다. 
 
캐릭터 가안이 나오면 기획 파트와 함께 확인과 수정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유저들이 보는 캐릭터가 탄생한다. 완성 단계에서 기획 파트에서 콘셉트를 바꾸면 캐릭터 제작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최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고민과 수정 작업을 반복하는 셈이다. 결국 하나의 업데이트를 하는데 약 6개월이 소요된다. 서머너즈 워의 큰 업데이트는 1년에 1~2번 이뤄진다. 
 
업데이트 과정에서 상대방이 생각한 바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서 파트장이 기획 업무를 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로 이해력을 꼽은 이유다. 기획 파트에서 게임의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업무를 진행하면 의도치 않았던 기획서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각 기획자들의 역량도 다르다. 캐릭터를 잘 구상하거나 게임의 난이도 조절을 잘하는 등 각자가 특화된 분야가 있다. 기획자들의 성향이나 역량에 따라 업무를 배분하는 것이 서 파트장의 역할이다. 
 
두 파트장들이 수년간 몸담고 있는 서머너즈 워는 컴투스를 대표하는 게임이다. 그들은 서머너즈의 장수 비결로 '고집'과 '기준'을 꼽았다. 서비스 중인 게임은 당장 매출을 내야 할 압박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휘둘리기보다 게임에 필요한 콘텐츠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확실한 기준이다. 또 이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다. 작은 UI(사용자 인터페이스) 하나를 변경하더라도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것이 지금의 장수 게임을 만든 원동력이다. 
 
컴투스 서머너즈 워팀의 강승민 원화파트장(왼쪽)과 서지영 기획파트장이 서울 금천구 컴투스 사옥에서  서머너즈 워의 캐릭터 '빛속성 아크엔젤'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컴투스
 
'게임 좋아하는 것'과 '만드는 것' 달라…자신만의 무기 갖춰야
 
서 파트장과 강 파트장은 모두 게임 업계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었다.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연차다. 채용 면접 과정에도 참여한다. 그간 수많은 지원자들을 만났다. 두 파트장들은 미래의 후배들에게 자신의 성향에 대해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 파트장은 게임을 즐기는 것과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다른데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게임을 많이 해봤으니 기획도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게임 기획자에 지원하는 경우다. 기획자는 게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기본이다. 게임의 각 요소들이 왜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찾는 훈련이 필요하다. 
 
게임 원화 분야는 리얼과 캐주얼 등 다양하다. 모든 분야를 잘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어느 분야에 특화된 강점이 필요하다. '나는 캐주얼 캐릭터에는 자신 있다'라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무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강 파트장의 지론이다. 게임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다. 그래픽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기획 파트와 대화할 때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게임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 파트장은 조언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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