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발전, 규제 완화 먼저다)④'그린 뉴딜' 성패, 디폴트옵션 도입에 달렸다
뉴딜펀드에 퇴직연금 투입…"쥐꼬리 수익률도 개선될 듯"
2020-08-31 07:00:00 2020-08-31 07: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16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뉴딜 펀드는 한국판 뉴딜 사업의 재원을 금융회사 펀드 방식으로 판매해 조달하는 것인데, 퇴직연금을 뉴딜펀드 기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 감안시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디폴트옵션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당이 뉴딜펀드에 퇴직연금을 연계해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가운데 이를 위한 디폴트옵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특정 투자 방식을 요구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알아서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자동 투자제도다. 사전에 설계한 상품으로 알아서 굴려주는 것이다. DC형(확정기여형)은 가입자(근로자)의 운용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만큼 가입자의 의지가 중요한데 장기투자 경험이 부족한 탓에 적극적인 운용을 못하다보니 퇴직금 수익률은 쥐꼬리 수준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로 최근 국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2%대에 그쳤다. △2016년 1.58% △2017년 1.88% △2018년 1.01% △2019년 2.25%로, 그나마 올해 들어서는 6월 말 기준 1.75%로 떨어졌다. 
 
저조한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할 방안으로 나온 제도가 디폴트옵션 도입이다.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것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뉴딜펀드에 퇴직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퇴직연금법을 개정해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국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 시까지 장기 투자계획을 세워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데 가입자의 80.5%가 원리금보장형이다. 장기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기보다는 안전한 적립에 목적을 두다보니 수익률은 바닥에 가까운 것이다. 시장 금리가 높을 당시에는 원리금보장형 상품도 경쟁력이 있었지만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특히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배분에 따라 장기수익률이 크게 달라지는데, 미국이나 선진국의 DC형 퇴직연금은 주식비중이 20~60%로 높고 채권, 대체투자에도 배분된 반면 국내 DC형은 주식 비중이 낮고 보수적인 운용 형태를 보인다. 금융투자업계가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도입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의 국내 퇴직연금 운용은 장기 연금투자로 적절하지 않고, 저금리 기조로 이러한 상품의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장기투자 운용이라는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꺼려하는 것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당국도 노후자금 대비를 위해 퇴직연금의 안전한 관리보다 수익성 제고를 지향하고 있는데, 디폴트옵션이 이를 구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디폴트옵션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과 뉴딜펀드의 원활한 운용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국회에서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제도가 통과되지 못한 만큼 이번 21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만 금융투자협회 부회장도 "현재의 퇴직연금이 DB형(확정급여형)에 쏠려 있어 저금리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2%도 안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감안하면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뉴딜펀드와 연계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여당이 뉴딜펀드에 퇴직연금을 연계해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가운데 이를 위한 디폴트옵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열린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 현장.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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