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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돋보기)솜방망이 처벌에 법 비웃는 '동물학대범'
새해 첫날 벌어진 '떡국이 사건' 국민 공분
입력 : 2022-01-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새해에도 잔혹한 동물학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상공개나 합당한 처벌이 요원해 범죄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돌에 묶인 채 빙판에 방치된 강아지 '떡국이'. 사진/도로시지켜줄개 인스타그램 캡처
 
처벌조항만 강화, 현실은 집유·벌금형
 
동물보호단체 '도로시지켜줄개'는 지난 1일 강아지 한 마리가 경기도 화성의 얼어붙은 강 위에서 돌에 묶인 영상을 게시했다. 제보에 따르면 한 남성은 이날 강 위에서 생후 2~3개월 된 강아지 '떡국이'를 노끈으로 돌에 묶고 떠났다. 강아지가 얼어죽거나 살아 있더라도 강이 녹으면 익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잔혹한 동물학대가 반복되면서 처벌 수위는 물론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전북 군산에서 입양한 강아지들을 학대 살해한 A씨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3일까지 20만7700여명이 동의했다.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해야 하는 숫자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푸들 등 강아지 열 아홉마리를 입양한 뒤 고문해 죽이고 아파트 화단에 불법 매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발견된 사체는 열 두마리이고 나머지 일곱마리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송치) 시점을 특정할 수 없지만 수사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는 신상공개 대상범죄 아니야
 
현행법상 동물학대 피의자는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다.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정강력범죄에는 형법상 살인과 인신매매, 강간과 특수강도 등 사람을 상대로 벌인 범죄만 포함된다. 동물학대행위 처벌 조항은 동물보호법이 정하고 있어 신상공개 범위에 없다.
 
현재 국회에선 가해자의 사육금지 조항이 담긴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계류중이다. 피의자 신상공개 범위를 동물보호법으로 넓히는 내용의 특강법 개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동물학대 피의자 신상공개 요구는 가해자에 대한 약한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지난해 2월부터 동물을 학대해 죽이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길고양이, 토끼 등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 전문방 사건' 피고인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아 솜방방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푸들 19마리를 입양해 잔혹하게 고문하고 살해한 남성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양형기준 세워 솜방망이 처벌 멈춰야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잔혹한 동물학대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 논의와 양형기준 확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잔인한 동물학대를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신상공개를 하는 것이 옳다"며 "이런 사람들이 한 번 학대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입양 절차로 동물을 또 데려온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 사람에 대한 신상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동물이 입양되면 다시 학대에 노출되고 반복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심한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을 한 후에 신상공개 하는 것이 다음 피해를 예방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권유림 법무법인 율담 변호사도 "동물학대일지라도 결과적으로 이런 사람들(가해자)의 잠재적 성향이 내재돼 있다가 사람에 대한 반사회적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잔혹하게 반복적으로 범죄가 범해졌을 경우에는 이 부분도 신상공개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처벌 강화됐는지 의문"
 
권 변호사는 "법정형이 강화됐지만 법으로만 존재하고 실무상으로는 아직도 길어야 징역 6개월이나 벌금형에 그친다"며 "징역형의 경우에도 지금은 집행유예가 붙어서 나온다. 실질적으로 처벌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화되다 보니 법원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줬는데 다시 잠잠해진 분위기"라며 "양형기준이 세워지면 이렇게 차이 나는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운영지원팀은 동물학대 범죄 관련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을 모아 이달 24일 양형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양형위가 관련 범죄 양형기준 설정을 논의할지 여부는 이날 이후 결정된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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