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세 살 의붓아들을 학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가 살해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창형)는 26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남편 오모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씨가 지난해 10월 아들이 밥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아리를 효자손 등으로 수차례 때리고 11월17일 발 뒤꿈치로 등을 찍는 등 학대 행위를 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검찰은 이후 이씨가 같은달 20일 피해자의 뒤통수와 배 부위를 수차례 때려 직장 파열 등으로 사망케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씨의 혈중 알콜 농도 추정치는 0.265%로 조사됐다.
검찰은 "생후 39개월 아동의 배 등 중요 부위를 강하게 가격할 경우 아동의 장기손상으로 이어져 치명적 손상을 초래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스트레스와 분노를 한꺼번에 표출했다"며 "순간적으로 살인 범의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남편 오씨의 경우 40㎝ 높이 침대에서 생후 10개월이던 아들을 발로 밀어 떨어뜨린 혐의, 아내가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데도 아들에 대한 폭행과 학대를 제지하지 않는 등 방임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이씨 측은 학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학대 상해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산후 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당시 만취했는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알 수 없고 살해 고의가 전혀 없어서 살해 혐의는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오씨 혐의에 대해서도 "발로 밀어 바닥에 떨어뜨린 사실이 없고 설령 떨어뜨렸다 해도 학대 고의가 없어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했다.
이어 "이씨가 훈육을 넘어 학대 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배달업 종사자로 집안을 잘 살피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학대의 정도가 중한지 인지하지 못해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변론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 측 변호사는 "친모와 외조부모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엄벌 탄원을 개진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이 원할 경우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들을 방침이다. 이씨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3월16일 열린다.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 모씨가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