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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초대석)“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공급력 확대로 항공사-소비자 모두 ‘윈윈’”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인터뷰
입력 : 2022-12-27 오전 6:00:00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제9대 총장. (사진=한국항공대)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좌석)공급력 확대로 이어져 요금 인하는 물론 스케줄 편의성 증대 효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지난 22일 경기도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실에서 만난 허희영 총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 등 독과점을 우려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허 총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학에서도 항공경영학과 항공운송산업이 주력 분야다. 허 총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해 여러 기관에 자문을 맡고 있는 항공 전문가로 통한다.
 
허 총장은 “대한항공(003490)(항공기 160대 규모) 공급력은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과 비교해 1/4 규모에도 못 미쳐 운임이 메가 캐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시장에서 독점 여부에 대한 판단은 공급력 지표인 공항의 ‘슬롯(항공사별로 배분된 공항의 이·착륙 시간)’인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한 인천공항의 슬롯은 50%에도 못 미쳐 해외 주요 공항들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항공사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서비스 질 저하와 항공권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책 당국과 일부 소비자 단체가 잘못 이해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선, 국제적으로 항공운송이 작동하는 시장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거리 시장과 장거리 시장은 플레이어가 달라 시장세분화가 이뤄져 있다. 3~4개 항공사가 경쟁하면서 과점시장을 형성하는 단거리 시장과 달리, 장거리 노선은 세계적으로 1개의 나라에 1개의 회사 체제(1國1社)로 경쟁한다. 단, 시장이 큰 미국은 3개사, 일본 2사, 중국은 3차 체제로 예외다.
 
항공운송은 ‘규모의 경제’, ‘밀도의 경제’가 중요한 업종이다. 다시 말해, 한 번에 많이 실어나를수록, 그리고 노선별로 운항 횟수를 집중할수록 좌석 단가가 줄어드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따라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좌석을 공급하는 공급력이 확대돼 요금 인하와 스케줄 편의성의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
 
항공은 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 달리 항공협정에 따라 국익을 걸고 경쟁하는 업종이다. ‘국가대표’끼리 경쟁하는 장거리 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세계 20위권 밖에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가 복점으로 경쟁한 건 오히려 흔치 않은 경우이다.”
 
-국적사가 한반도 면적 대비 많다는 의견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초기에 나타나는 ‘과도기’로 향후 M&A를 통해 재편될 것으로 본다. 이는 규제완화법(1978)으로 시장진입이 자유로워져 시장이 급팽창했던 미국의 1990년대에 100여건의 M&A가 있었던 상황과 유사한데, 시장의 일반적인 성장-성숙의 발전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9개 LCC, 2개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총 11개의 항공사가 영업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항공사가 있는 것은, 2005년부터 등장한 LCC들이 나름대로 수요를 창출해왔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많은 항공사들이 경쟁을 지속하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M&A를 통해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2025년이면 코로나19 이전으로 항공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는데, 그때가 되면 1990년대 미국이 경험한 시장 재편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본다. 시장이 갖는 자정기능을 통해 망하는 항공사가 나오면 M&A가 이뤄질 것이다. 항공시장은 대표적인 경합성 과점시장의 특징을 띄기 때문에 외국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거리에서는 FSC 1사, 국내선 및 중단거리에선 3~4개 항공사가 경쟁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사진=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한국 항공산업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양사 합병으로 경쟁이 제한되는 노선 중 주 69회 항공편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선, 항공편 운항을 포기/축소하는 게 아니라 신규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슬롯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슬롯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공정위 시정조치를 보면 국내 항공사도 얼마든지 주요 중장거리 노선에 신규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LCC의 경우 장거리용 기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당장 모든 경쟁제한 노선에 진입하기 어려운 형편이므로 해외 항공사와도 취항 가능성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
 
아울러 미주노선과 같은 ‘항공자유화’ 노선의 경우, 현재에도 상대국 항공사 역시 자유롭게 진입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탑승률이 낮아 수익성이 없는 노선은 취항하지 않고 있다. ‘운수권(항공기로 여객과 화물을 탑재하고 하역할 수 있는 권리) 노선’의 경우에도 상호 호혜적 관점에서 동등한 운수권을 배분받았더라도 상대국 항공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보유한 운수권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슬롯을 일부 제공하다고 해도 현재보다 항공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향후 다양한 항공사가 취항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20년 넘게 FSC 2개사가 유지할 수 있었고, 양사의 합병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항공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제9대 총장. (사진=한국항공대)
 
-해외 경쟁당국은 양사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데.
 
“국제노선은 항공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모두 공급자이니 처음부터 독점은 성립하지 않는다. 합병을 둘러싼 슬롯 독점 논란 중심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이 2019년 기준으로 이미 62.5%인데, 합병 이후엔 70%를 넘어 독과점 수준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는 옳지 않다. 산출방식에서 분모를 인천공항 전체의 항공기 이착륙 횟수 대신 국적사들의 이착륙 횟수로 대체한 통계의 착시다. 
 
독과점 여부는 공급자 모두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세계 80여 개 항공사가 드나드는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슬롯은 정상적 상황인 2019년 기준으로 각각 23.9%, 15.8%로 두 항공사를 합하면 39.7%다. 각 회사의 자회사인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 모두 합쳐도 현재 인천공항 점유율은 50%에 못 미친다. 
 
승인을 받아야 하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4개국의 승인이 늦어지는 것도 독과점에 대한 우려보다는, 자국의 경쟁력을 위해 더 살펴볼 만한 게 없는지를 살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경쟁당국도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승인을 내줄 거라 본다.”
 
-2023년 글로벌 항공시장을 전망한다면.
 
"신년부터 본격적으로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국내선 시장은 대부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국제선은 각국의 방역체계와 상이한 격리기간 그리고 변이바이러스 발생으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여행객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면서 신년에는 국제선 취항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항공사들이 항공기와 인력을 대폭 감축해 공급력을 확충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당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구들이 예측했던 대로 글로벌 시장의 완전한 회복은 2024년 이후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제선이 그동안 닫히면서 업계가 초토화되다시피 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회복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본다. 특히 중국의 운항 제한과 일본과의 외교 갈등이 국제노선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인데 이 두 가지가 풀리면 시장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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