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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버스·비대면 발권
입력 : 2023-03-07 오후 5:40:05
 
 
며칠 전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광명행 버스를 기다리던 와중 눈에 들어오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5618번의 버스였는데 이 버스에는 현금 없는 버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버스운전기사가 잔돈을 바꿔주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줄이고 시민 편의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현금 없는 버스는 기존 18개 노선에서 90개 노선을 확대해 총 108개 노선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시내버스 현금 이용자 비율은 0.6%로 1%채 안 된다고 합니다. 편의성과 1% 채 안 되는 현금 이용자 비율을 보면 도입 목적은 일정 부분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안전사고 발생을 방지하고자 현금을 없앤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승객 승차 후 차량이 출발하기 전에 잔돈을 바꿔준다면 사고가 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잔돈 바꿔주는 일이 일분일초를 다툴 만큼 급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승객이 좌석에 앉기도 전에 버스는 출발합니다.
 
잔돈을 바꿔주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방지를 앞세워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한다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지갑 둘 다 없고 현금만 있음에도 버스를 탈 수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대중교통 운행의 역설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과 카드가 없던 시절 우리는 지폐나 동전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었으니까요. 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여전히 버스 탈 때 현금을 내는 것이 편리할 수도 있고요. 현금 사용 비율이 1% 채 안 된다는 것은 1%에 가까운 누군가는 여전히 현금을 사용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라지는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면 항공권 발권도 앞으로는 할 수 없게 됩니다. 
 
대한항공은 이달 2일부터 서비스센터와 시내·공항 지점에서 국내선 일반석 항공권이나 마일리지를 이용한 국내선 보너스 항공권, 좌석 승급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변경할 경우 항공권당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수료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장당 5000원입니다. 단 인터넷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챗봇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티켓을 구매·변경하면 기존처럼 수수료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이용하는 일상 속 규칙을 편의라는 잣대로 없애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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