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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능력 상실' 비판 직면, 한상대 검찰총장 리더십 위기
'내곡동' 등 부실수사 비판·'검찰개혁'등 외부통제도 부담
입력 : 2012-11-20 오후 4:53:1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상대 검찰총장이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자정능력 상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등 리더십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한 총장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총장, 비리 관련 직접 대국민 사과 두 번째
 
검찰 비리와 관련해 현직 총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6년 '법조브로커 김홍수 사건' 당시 정상명 총장이 김 모 검사가 연루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사건에는 검사뿐만 아니라 판사도 연루됐었다. 정 총장은 국제 검사협회(IAP) 총회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전국 일선 검사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서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아껴주시는 국민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김광준 사건'과 같이 엄밀하게 검사들만 연루된 사건과 관련한 검찰총장의 첫 대국민 사과는 김준규 총장이 했다. 김 총장은 2010년 6월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자 검사들을 상대로 한 화상회의에서 "검찰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마음속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즉각 감찰부를 감찰본부로 확대하고 외부에서 감찰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개선작업에 나섰으나 같은 해 10월 이른바 '그랜저 검사'사건이 바로 터졌다.
 
2011년 8월 김 총장의 뒤를 이어 한 총장이 취임했다. 한 총장은 취임사에서 '3대 전쟁'을 선포했다. 부정부패와의 전쟁,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 내부 적과의 전쟁이 그것이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9일 밤 늦게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부정부패 및 내부 적과의 전쟁은 '검찰 비리' 척결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취임한 뒤 3개월만에 부산에서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졌다. 사건 해결을 두고 여검사와 법관출신의 남자 변호사가 연관된 법조비리의 축소판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뒤 한 총장은 이창재 당시 안산지청장(47·사법연수원 19기)을 특임검사로 임명하고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이후 한 총장은 그해 11월 전국 검찰청에 113명의 감찰전담 검사 배치를 추진하는 등 감찰기능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벤츠 여검사' 사건 1년 뒤 '김광준' 사건 터져
 
그러나 1년 만에 한 총장의 턱밑에서 '김광준 검사 비리'사건이 터졌다. 이번 사건은 기존 검찰비리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우선 현직 부장검사 비리사건으로서는 처음이다. 뇌물 수수금액도 9~10억원대로, 규모도 사상 최대다. 게다가 김 검사는 이른바 '특수통'으로 비리수사 분야에서는 검찰 내에서 베테랑이었다. 비리전담 수사검사가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사건 수사도 대검 감찰본부가 아닌 경찰에서 시작됐다.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 김 검사는 대검찰청 지척에 있는 서울고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김 검사는 현직 부장검사로는 처음으로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김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던 19일 대검 내부에서는 '총장의 공식적인 사과 표명'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 전에도 현직 부장검사의 비리 사건이니만큼 총장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사건 초기 김 검사가 보도자료를 내고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고, 사건이 경찰수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만큼 한 총장은 쉽게 움직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장은 사건 발생 하루만에 김수창 검사를 특임검사로 지명했다. 경찰 보다 먼저 수사를 끝내고 사건을 봉합하려는 듯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수사 할수록 김광준 검사 비리 의혹 쏟아져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상황이 달라졌다. 하루하루 김 검사의 비리 혐의가 불어났다. 당초 경찰에서 수사 중이었던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 말고도 여러 가지 비리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김 검사 말고도 3명의 현직 검사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지난 19일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가 영장실질심사 직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여기에 경찰이 "검찰이 제식구를 감싸기 위해 사건을 빼앗아갔다"고 반발하면서 검·경수사권 갈등까지 재연됐다.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유감을 표명하며 협의를 종용했다.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적인 신뢰도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재수사했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내곡동 사건'은 특별검사팀이 내 놓은 결과에 비추어 민망한 수준이었다. 대선 후보들은 '중수부 폐지' 등을 주장하며 외부에서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상황을 돌파할 뭔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한 총장이 강도 높은 대국민 사과를 결심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차라리 깨끗하게 털고 가자"는 검찰 내부 분위기도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은 밤늦게까지 사과문을 직접 쓰고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과문의 어조도 김 전 총장과 사뭇 달랐다. 김 전 총장은 "검찰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마음 속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한 총장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국민들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마음깊이 사죄를 드린다. 국민들의 엄중하고 준엄한 비판과 질책을 받겠다"고 했다.
 
◇수사폭 전방위·장기화 가능성 많아
 
현직 부장검사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현직 총장이 사과까지 한만큼 이번 사건 수사의 폭이 전방위로 넓어지고 장기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로 특임검사팀은 20일 두명의 수사검사를 새로 배치받았다. 총 인원 13명으로 대검 중수부급 규모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다. 김 검사 사건 수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조희팔 비자금이나 기업비리, 김 검사 외에 또 다른 검사가 연루되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특임검사운영지침에도 특임검사는 검찰총장이 지정하는 사건을 수사하고 수사 중 추가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으면 더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커질 경우 특임검사팀은 김 검사에 대한 비리수사만 종결짓고 한 총장의 직할대인 대검 중수부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총장은 ‘식물상태의 자정능력’이라는 비판과 함께 새롭게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종전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김 검사가 구속됐기 때문에 자유로운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조희팔에 대한 자금 수사를 계속하면서 특임검사팀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검경 수사권 문제로 수사가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어느정도까지 수사할 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총장으로서는 이 점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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