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대검 차장
검찰공무원 여러분!
계사년(癸巳年)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올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희망찬 새해 첫 출근일입니다만, 검찰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기에 무거운 말씀부터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검찰은 전대미문의 사태들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질책을 받았고, 저를 포함한 검찰구성원들은 그 동안 생명과 같이 여겨왔던 자존과 명예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뼈아픈 것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어 웬만한 노력으로는 그것을 되찾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고, 이를 일부 구성원이나 부서만의 잘못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공직자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를 공직윤리보다 앞세운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바람직한 공직자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검찰공무원 여러분!
지난해 말 우리 국민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였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 1년이 못 되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공교롭게도 한반도 주변의 4강에서 모두 권력의 교체나 지도자 선출이 있었습니다.
금년은 이처럼 급변하는 남북현실과 국제정세 속에서 새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의 첫 발을 내딛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우리 검찰의 기능과 역할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건곤일척의 시기에 검찰총장의 중책을 대행하고 있는 저로서는 중압감도 적지 않지만, 주어진 기간 동안 모든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집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협조 없이는 오늘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평소의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려 동참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먼저, 검찰권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검찰인은 그 권한의 수임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항상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우리에게는 국민의 뜻에 따라 충실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책무가 있을 뿐이며, 이를 벗어난 재량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주어진 모든 일을 처리할 때마다 법과 원칙이 무엇인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제대로 살핀 후에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검찰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 검찰의 기본적인 책무는 범죄척결을 통하여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범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제재를 통하여 국민을 보호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본연의 소명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기본과제입니다.
추상같은 국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질서위반행위라도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습니다.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분배정의 등 어느 것 하나도 법질서가 바로서지 못한 사회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질서의 확립은 우리 공동체,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체제를 지탱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단호하게 막아내야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검찰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셋째, 검찰의 존립 근거가 인권 존중과 국민의 권익 보장에 있음을 유념하고, 이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범죄행위와 행위자를 엄격히 구분해야 합니다.
행위만이 제재 대상이지, 행위자는 대상이 아닙니다.
검찰권은 늘 자제되어야 하고, 권한 행사의 상당성이나 비례성 등을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완벽하게 보호한 다음에야 일 잘하는 검찰, 엄정한 검찰이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회 경제적 약자나 범죄피해자를 위해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시다.
자신의 권리구제나 인권침해 방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보호하고, 권익을 지켜주는 것은 검찰 본연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먼저 나서서 개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시다.
곧 발족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검찰개혁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모두 왜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고, 국민의 질책과 비판을 겸허하게 경청합시다.
검찰의 권한 하나를 더 지키는 데 급급하다가 타율적 개혁에 그친다면 진정한 체질개선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짐을 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간 국민의 편익보다는 검찰의 입장을 앞세운 업무 관행은 없었는지 밝은 눈으로 살펴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그렇지만 신속하게 고쳐나갑시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으면서도 정상적인 기능이 작동되는 사정의 중추기관, 체제의 수호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읍시다.
검찰공무원 여러분 !
그동안 우리 검찰은 안팎으로 무수히 많은 시련을 헤쳐 왔지만, 금년만큼 엄중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검찰 역사에서도 하나의 분수령이 될 이때 우리가 검찰조직의 일원으로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자세를 추스릅시다.
우리 스스로 순간의 나태함이나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혼신의 노력을 다합시다.
제가 늘 가슴 속에 품고 다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말씀 한 마디를 소개하며 신년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쓰이면 목숨을 바쳐 충성할 것이요, 쓰이지 아니하면 밭 갈고 살면 족하오"
(丈夫生世 用則 效死以忠 不用則 耕野足矣)
우리 모두 신명을 바쳐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바르고 당당한 검찰인으로서의 자존과 명예를 회복합시다.
2013년이 검찰과 검찰가족 모두에게 행운과 축복의 해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