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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투성이' 이동흡 후보자, 재판관은 어떻게 됐을까?
'전효숙' 정쟁으로 인사청문회서 도덕성 검증 못해
입력 : 2013-01-18 오후 7:51:2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500cc 이하를 타야 되는데 200cc가 초과되었다니까 그것은 인정하겠습니다"
 
2006년 9월12일 이동흡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당일 타고 온 관용차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수원지법원장 시절 이 후보자의 관용차량은 체어맨 2295cc. 법원관용차랑관리규정에 따르면 지법원장은 2400cc 이하 차량을 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날 이 후보자가 타고 온 차량은 체어맨 2799cc으로 규정을 넘는 차량이었다. 인사청문위원들이 이것을 문제 삼았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수원지법에서 대법원으로 소속이 바뀌었고 대법원이 마련해 준 관용차량을 타고 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같은 체어맨 차량이기 때문에 법규 위반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부분을 집요하게 지적한 한 위원은 이 후보자가 법규 위반 사실을 인정하자 "우리 헌법재판관은 고도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인 만큼 이런 것에도 주의를 해야 된다"고 준엄하게 말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 후보자 본인도 적극 해명에 나서며 청문회 때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 후보자의 해명자료를 내면서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의혹은 이 후보자 본인이 해명하겠다고 밝힌 것만 해도 20여개다.
 
이 중에는 삼성에 대한 협찬 지시, 룸살롱 출입, 성매매 권유, 검찰에 골프장 부킹 부탁 등 민망한 의혹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조직폭력배 구속적부심 석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조폭연루설'도 나왔다.
 
법조인들은 "이 후보자에 비하면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는 매우 청렴한 편"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하고 있다.
 
법원 내부게시판에는 이 후보자가 대전고법, 서울가정법원, 수원지법 등에 근무할 때 함께 일한 일반직 법원 공무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여비서가 법복을 입혀주고 벗겨줘야 했고, 테니스 경기에서 밀리면 라켓을 던져 승리를 빼앗아 왔다는 폭로는 점잖은 편이다.
 
지금 터져 나오고 있는 각종 의혹과 폭로는 상당부분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기 전 법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일이다. 2009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이런 의혹들이 나왔다면 필히 낙마 했을 것이다.
 
2009년 9월 당시 인사청문회의록을 보면 도덕적인 검증 면에서 지적됐던 의혹은 ‘관용차량 규정위반’ 건을 비롯해 당시 이 후보자의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 일부 누락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개입’의혹, ‘이 후보자 배우자의 재신신고 누락’, ‘상속재산 신고 누락’ 등 네가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엄중한 검증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인사청문 내용의 대부분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헌법재판관직을 사퇴하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에 대한 설전이었다. 여·야가 다를 바 없었다. 정쟁에 빠져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검증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와 법조계에서도 이 후보자가 후보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론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그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헌법재판소장 공석 사태의 재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장 공석사태 우려보다도 이같이 수많은 의혹을 가진 인사가 6년 동안 헌법재판관으로 있었다는 것을 더 충격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법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사청문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이 이번 이 후보자의 사례에서 확인 됐다"며 "결과적으로 헌재나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더 추락할까 걱정된다"고 개탄했다.
 
한 헌재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지금 모습을 보면 여론과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더라도 국민은 물론, 다른 재판관이나 연구관들과의 소통이 잘 될 것인지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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