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GV 무비꼴라주)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왕가위(王家衛) 감독이 9년만에 돌아왔다. 이소룡의 스승으로 알려진 엽문의 일대기를 들고 말이다.
왕가위 감독은 기획기간 6년, 촬영기간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일대종사'(一代宗師)에 쏟아냈다. 세계최고의 비주얼리스트라 불리는 그는 엽문의 일대기를 통해 무술의 아름다움과 함께 인생의 철학을 담아냈다.
(사진제공=CGV 무비꼴라주)
'일대종사' 초반 10분은 액션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총체적으로 담는다. 폭우 속에서 일 대 다수로 싸우는 이 첫 시퀀스는 물방울과 무술을 접목시키며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엽문을 연기한 양조위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절제된 액션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또 궁가 64수의 유일한 후계자 궁이(장쯔이 분)와 엽문의 액션신은 마치 베드신을 연상시키듯 무술 속에서 섹스어필을 집어넣어,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을 표출한다. 이들의 무술은 춤을 추듯 부드럽다.
무섭게 내달리는 승강장에서 치뤄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마삼(장지림 분)과 궁이의 싸움은 왕가위 특유의 미학 속에서 긴박감을 조성한다.
팔극권의 마스터이자 애국심이 투절한 일천선(장첸 분)의 액션은 양조위의 그것과 다른 강인한 폭발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CGV 무비꼴라주)
장영성을 연기한 송혜교는 왕가위 감독의 연출 속에서 빛나는 미모를 과시한다. 그가 출연하는 모든 장면이 CF를 연상시키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송혜교의 여성미가 극대화된다. 짧은 분량이지만 존재감은 확연하다.
엽문은 이미 홍콩영화에서 수없이 다뤄진 인물이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인생'이라는 메시지로 자신만의 차별점을 둔다. 기존 영화가 엽문의 화려한 무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무술 고수들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철학을 담으려 노력한다.
특히 엽문이 무림 선배들의 시험을 거쳐 궁보삼과 삶의 철학을 두고 겨루는 '전병찢기' 대결은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궁이·마삼의 승강장 신과 함께 영화의 백미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내레이션과 대사를 통해 영춘권과 궁가 64수 등을 바라보는 무술 고수들의 시선은 이들이 단순히 강자가 되기 위한 욕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삶의 철학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려한다.
(사진제공=CGV 무비꼴라주)
연출과 메시지에서 그 색깔이 뚜렷했다면 이를 연결하는 스토리 구성은 다소 아쉽다.
감독은 엽문과 궁이의 일대기를 통해 번잡한 시기를 헤쳐가는 인물들의 철학을 담아내려 했지만, 그 장면들이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고 조각을 모으듯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느낌이다. 특히 일선천의 에피소드는 영화의 줄기에서 벗어나 크게 동떨어진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엽문의 일생에 대한 관심이 많아 어느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영화만 보고서는 엽문 등 주요인물들의 일생이 한 눈에 잡히지 않아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연출을 준비하는 PD지망생이나 영화감독 혹은 촬영감독 지망생이라면 이 아름다움을 꼭 만끽하길 바란다.
상영시간 122분. 오는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