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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화이', 장준환 감독 "나는 봉준호와 반대로 간다"
"메시지가 뭐냐고? '너는 왜 사냐' 같은 질문"
입력 : 2013-10-08 오후 3:06:13
◇장준환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문소리의 남편으로도 알려진 장준환 감독은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10년 전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비록 7만 관객밖에 얻지 못했지만,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단 한편의 영화도 연출하지 않았다.
 
영화가 기괴하고 도발적이었던 것과 달리 감독의 이미지는 굉장히 차분하고 섬세해 보인다. 조곤조곤 말하는 화법이지만, 순간에 몰입하면 다양한 제스처로 자신의 이야기에 심취한다.
 
또 쉽게 설명하는 점 없이 어렵고 모호하며 난해한 단어들을 나열한다. 확신보다는 추상적인 화법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렇다고 잘난 척하는 느낌은 아니다. 진실해 보인다.
 
10년 만에 들고 나온 그의 영화 '화이' 역시 어렵고 난해하다. '무엇을 말하려 했나'라는 지점이 딱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장면 장면은 시원시원하고 스펙타클하며 스타일리시하다. 겉보기에는 대중상업영화 같은데 감정선이나 메시지는 예술영화의 그것과 닮았다. 딱 뭐라고 지칭할 수 없는 게 영화의 매력이다. 장준환의 매력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미스테리한 장준환 감독을 삼청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그는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딱 찍어 설명하지 않았다. 영화에는 감독의 태도나 인간상이 스며든다고 하는데, 쉬운 듯 어렵고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무거운 '화이'의 느낌과 상당히 일맥상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준환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서로에게나 있는 괴물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세상"
 
- 영화가 굉장히 세다는 평가가 많다.
 
▲감정라인이 강렬한 부분을 타고 가면서 인간의 극한점 깊은 곳까지 끌어내는 영화여서 그런 건지, 폭력의 수위가 세서 세다고 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 장준환이 상상한 것 보다 오히려 자제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러가지 선택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지금의 형태로 정리된 것 같다. 무조건 세고 강한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어떤 균형감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주는 파장이 커지는 게 좋은 것이라 판단해서 정리를 한 것 같다.
 
- 영화를 보고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감정이 표현됐다고 느껴졌다. 그러한 장면이 사실적으로 녹아있는 장면을 보면서 한편으로 장준환 감독이 좀 변태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숨겨져 있는 괴물을 한 마리 씩은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석태(김윤석 분)처럼 혹은 영화를 만든 나처럼 그런 괴물이 있다고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변태라고 하는데, 누구도 변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같이 인정하고 들여다 보고 시작하는 게 더 멋진 세상을 살아가는 첫 걸음이 아닐까.
 
형식적으로 괴물을 숨기고 '난 안 그래'라고 하는 게 아닌 세상. 누구도 악해질 수 있는건데, 그런 것을 감추다 보면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전쟁도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안을 더 들여다보자는 의미로 영화를 만들었다.
 
- 영화를 보면 석태가 화이(여진구 분)을 사랑하는게 느껴지는데 왜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모호하다. 왜 석태는 화이를 사랑하는가.
 
▲석태는 큰 결핍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하면서, 모든 역경과 고통을 다 끊어내고 넘어선 존재라고 파악했다. 자기가 스스로 괴물이 된 존재다.
 
하지만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에 대한 결핍을 끊기가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시퀀스를 내서 이유를 설명하기 보다는 캐릭터를 통해 화이를 사랑하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장준환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메시지가 뭐냐고? '너는 왜 사냐' 같은 질문"
 
- 장준환 감독이 '화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뭔가.
 
▲그 질문은 곧 '너는 왜 사냐?'라는 질문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살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내, 사랑, 친구, 먹을 것, 부모님 등등 정말 많다. 간단한 질문 같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복잡한 질문이다. 그만큼 깊고 넓은 메시지를 넣어보려고 노력했다.
 
- 영화는 예술보다는 상품이라는 의견이 더 많은 시대다. 장준환 감독의 영화는 상업영화 속에 예술성이 가미된 느낌이 강하다. 이번 '화이'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이 시나리오는 정말 훌륭한 시나리오였다. 내 스타일대로 화려하고 세련되게 접근했다면 진실성이 흐려질 것 같았다. 그래서 정공법, 클래식 같은 단어를 떠올리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감정을 끌어내려고 했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만약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할 때 예전 같았으면 긴 교향곡을 치더라도 한 음도 틀리지 않게 가야하는 완벽주의 느낌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음표는 좀 틀려도 되지만 전체의 느낌이 조화롭게 완성되는 것에 더 초점을 뒀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좀 지혜롭게 느슨해지자는 생각을 했다.
 
◇장준환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봉준호와 반대로 간다"
 
- 필모그래피가 정말 단촐하다. 새 영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내가 재미있지 않으면 시동이 잘 안 걸린다. 내가 재미있으면 관객들도 즐거워하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가 나의 기본태도다. 그러다보니까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 '지구를 지켜라'도 그렇고 '화이'도 그렇고 사회와 단절된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관심분야가 사회적으로 단절된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내가 나를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단편 때부터 맥을 짚어보면 사회적인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자기를 사회로부터 분리시킨 인물에게 관심이 더 가는 것 같다.
 
봉준호의 영화를 보면 상당히 사회적으로 풀어낸다. 재밌게.
 
나는 반대로 안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인 것 같다. 비슷한 얘기를 나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그 개인을 토대로 거울 삼아 사회를 비추는 것이다. 이 사회가 도대체 얼마나 이 사람을 가혹하게 대했길래 이러한 괴물이 탄생하냐는 것이다.
 
- '화이' 장점을 말해달라.
 
▲다른 건 모르겠고 충분히 자랑하고 싶은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이들의 빛나는 연기만 봐도 영화관에 오는 이유가 될 것이다.
 
여진구가 정말로 멋있게 나오지 않냐. 그건 그가 진심을 다해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또 석태를 비롯해 다섯 아버지 조진웅, 김성균, 박해준, 장현성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연기 만큼은 우리 영화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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