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정재영은 고집스러워 보이고 까탈스러운 예술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비주얼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아줌마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6일 만난 정재영은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아줌마스러운 면모가 다분한 남자였다. 몸에 베어 있는 유머러스함과 거침없이 쏟아지는 솔직한 발언은 인터뷰 내내 기자를 사정없이 웃겼다.
정재영은 만나자마자 개그 감각을 발휘했다.
기자 노트북 모니터에 뜬 한 포털사이트에 있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아! 이 사진 뭐야. 매니저 이리로 와봐. 이거 빨리 바꿔. 너무 꺼벙하잖아"라며 사진의 표정을 과장스럽게 따라했다.
한참을 웃고 나서 다른 포털을 검색해봤다. 이곳의 프로필 사진은 좀더 세련되고, 멋지다.
그것을 보고는 "그럼. 이래야지. 훨씬 낫잖아. 이건 좀 배우 같잖아요"라면서 장난치듯 씩씩댔다. 인터뷰를 하기도 전에 배우 덕분에 분위기가 풀어진 경우는 처음이었다.
◇정재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웃음을 멈추고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으나 이어지는 발언 때문에 쉽게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무겁고 진지한 영화 '열한시'와 달리 현장은 그 어떤 촬영 현장보다 즐거웠다고 한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인 것도 있었지만, 웃기는 상황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재영은 "미래를 표현해야 하는데, 아무도 이런 영화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상한데서 힘들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허공에다가 누른다. 아무것도 없는데 진지한 연기를 하니까, 웃길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가 말한 가장 웃긴 장면은 극중 우석이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 웜홀을 통과 할 때 안전바를 내리는 부분이었다.
정재영은 "원래 미래라고 하면 안전바 정도는 자동으로 내려와야 되는데, 우리는 나무로 만들어서 수동이었다. 표정은 진지하고 카메라는 클로즈업 돼 있는데 한 팔로는 안전바를 내린다. 그걸 보고 최다니엘이 웃겨 죽으려고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영화를 보고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감독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평가도 솔직 과감했다. 특히 김현석 감독은 제작발표회나 언론시사회에서 4차원적인 발언으로 엉뚱한 면모를 선보였다. 감독 및 다른 배우들과 소통이 잘 됐냐고 물어봤다.
정재영은 "감독님이 하나도 안 진지하다. 최다니엘도 그렇고, (박)철민이형은 진지함이 요만큼도 없고, 옥빈이도 안 진지한데 그나마 낫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소통이 더욱 잘됐다"면서 "후배들 앞에서 본 받지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봐도 나는 너무 진지함이 없었다. 재밌게는 지냈는데 좋지 못한 모습을 배울까봐"라고 말했다.
◇정재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정재영은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열한시'에서 천재 물리학자 우석을 맡았다. 과거 자신에 행동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타임머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고집이 강하고 배려심이 깊지 못해 주변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되고 어딘가 모르게 외로움이 가득한 이미지다.
다양한 감정을 과잉되지 않게 전달한 그의 연기는 대단했다. 다수의 매체에서 그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작 정재영은 그 공을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내가 연기가 뛰어난게 아니고 스태프들이 조명이나 카메라로 잘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한 정재영은 "어떤 연기를 해야겠다고 힘을 주면 과잉이 된다. 힘을 뺀 느낌으로 가려고 하다보니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연기 칭찬에 대해서는 의외의 겸손함을 보였다.
1년에 6개월만 일을 하면 되서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좋다는 정재영은 기자들에게 "일이 힘들면 배우를 하라"고 추천하는 특이한 입담을 갖고 있다. '사람이 싱겁다'는 말이 딱 떨어진다.
1시간 중 20분은 웃는 시간으로 보낸 인터뷰를 끝내고 "이제는 TV에 나오기만 해도 웃길 것 같다"고 하자 "그게 배우로서 안 좋다. 신비감이 있어야 하는데 나를 알고난 뒤에는 무슨 짓을 하건 웃기다고만 한다"고 말해 때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많은 연기자들 사이에서 고맙고 유쾌한 선배로 통하는 정재영. 왜 그가 그런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는 즐거운 1시간이었다. 정작 영화 얘기를 많이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