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내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알았다면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표출될까. SBS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는 미경 역의 김지수를 10일 논현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차분한 이미지의 김지수는 보이는 그대로 조용하고 조곤조곤하게 미경을 연기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펼쳐놨다. 어느덧 40대로 접어든 여배우 김지수가 상상한 사랑과 불륜, 결혼에 대한 속마음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편의 불륜 때문에 힘들어하는 미경은 감정변화가 심하다. 감정연기가 힘들지는 않나.
▲수만번씩 감정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감정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감정 그래프가 일정하면 그게 더 비정상인 것 같다.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우는 연기를 많이 했다. 이제는 우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단순히 '깊게 울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짜 화병에 걸린 것처럼 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금방 쉽게 울어버리면 울음의 깊이가 얕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약 미경과 같은 상황이라면 김지수는 어떻게 행동했을 것 같나.
▲연기를 하면서 수없이 많이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실제로 당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나라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미혼인 상태에서 남자가 바람핀 것과는 또 다른 감정일 것이다. 남자친구가 그래도 화가 날텐데 결혼한 남자가 그래버리면 그 고통은 가늠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혼을 쉽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그렇게 왜 살어? 이혼해'라고 쉽게 말하는데, 당사자는 쉽게 행동하지 못할 것 같다.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고.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김지수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미경의 감정과 행동 혹은 드라마의 내용에 공감하나.
▲드라마 시작 전부터 작가님과 얘기할 때 이런 일들을 경험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로서 공감이 간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실제로도 촬영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칠 때도 있다.
여자시청자분들 중에 대사나 상황에 공감간다는 분들이 많다. 나도 그렇게 느낀다. 특히 대사 중에 성수(이상우 분)는 은진(한혜진 분)이 바람폈다는 사실을 고백했을 때 '잤냐'고 물었고, 미경은 '그 여자 사랑했어?'라고 물어본다. 이 부분이 정말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가 철저히 다른 지점을 이 대사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여자로서는 '잤냐 안 잤냐'보다 '사랑했느냐 안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안 잤으니까 괜찮다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는 게 더 큰 아픔일 것 같다. 최근에 미경이 그 재학(지진희 분)이 은진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 큰 결단을 내릴 것이다. 스포라서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결혼적령기가 지난 나이다.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살지 잘 모르겠다. 아마 소울메이트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결혼하지 않을까 싶다. 억지로 결혼을 해야겠다고 되는게 아닌 것 같다.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해도 외로워'라고 한다. 행복한 커플도 있고 보기 괴로운 커플도 있다. 그렇다고 마음이 쉽게 쉽게 변하는 건 아니다. 결혼을 안해도 충분히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한테는 일이 있으니까.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하는 게 더 재밌어졌다. 글에 내 색을 입혀서 인물을 만드는 작업이 정말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듣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이 드라마가 자극적으로 만드려고 했다면 더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이나 배우들이나 그렇게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으로 그려지는 건 원치 않는다.
자극적인 부분을 빼 심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쪽이 더 좋은 것 같다. 사실 이 드라마가 굉장히 기특한게 시청률이 처음보다 많이 올랐다는 거다. 6%대에서 10%를 넘겼다.
MBC '기황후'가 10회 정도 방송됐을 때 후발주자로 우리 드라마가 들어갔다. 재밌고 좋은, 또 견고한 사극을 상대로 시청률이 올라가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는 것만 해도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동생으로 나오는 연하남과 호흡이 좋다는 평이 많다. 연하남 중에 같이 작품을 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
▲사실 이런 질문은 민감해서 누구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
다른 대답을 한다면 '이 친구는 정말 괜찮은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배우가 있다. 김수현이다. MBC '해를 품은 달'을 보면서 느꼈는데, 연기 감각이 좋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더라. 잘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잘됐다.
-40대 여배우다. 삶의 목표 혹은 방향이 예전과 바뀌었을 것 같다.
▲동안이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추운데 떨면서 촬영하면 나이 먹은 게 얼굴에 드러난다.(웃음)
내 인생에 꽃이 제대로 활짝 핀 때가 30대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지금을 생각하면 또 좋은 추억이 떠오를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 '시간을 되돌려 줄테니 돌아가라'라고 하면 30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내가 50대가 됐을 때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4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선생님들도 40대 좋은 나이니 즐기라고 말씀하신다. 그분들이 경험을 한 것을 토대로 말씀하는 것이니까 그게 진짜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