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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몬스터' 황인호 감독 "자신이 피해자인지 모르는 게 진짜 비극"
입력 : 2014-03-12 오전 8:34:07
◇황인호 감독과 이민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다들 입을 모아 기괴한 영화가 탄생했다고 한다. '몬스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실리 2KM'를 각색하고, '오싹한 연애' 후 두 번째 작품을 만든 황인호 감독의 영화다. 스릴러가 중심인 것 같은데, 코미디와 공포가 섞여있다. 누구는 코미디 스릴러라고 한다. 딱히 틀린 말 같지 않다.
 
"개인적으로 아이러니를 좋아한다"는 황인호 감독을 지난 10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아이러니를 좋아하는 감독이 쓴 대본이다 보니 배우들 하나 하나가 반전의 면모를 갖고 있다.
 
지독한 살인마 태수(이민기 분)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크림빵을 우걱우걱 먹는 바보 같은 남자(배성우 분)는 태수 만큼 무시무시한 인간이고, 살짝 모자란 느낌의 복순(김고은 분)은 복수를 하겠다고 칼을 빼든다. 하나 같이 별나다.
 
별난 캐릭터를 만들어낸 황인호 감독은 자신의 심정도 독특하게 표현한다. "내 새끼를 UFC 링에 가둬놓은 기분"이란다. "개성이 강한 애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며 부담감을 전하기도 했다.
 
'몬스터'는 취재진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재밌게 본 사람들은 "신선한 스릴러가 나왔다. 황 감독의 감각이 뛰어나다"며 엄지를 치켜들고, 안 그런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뭐가 재밌냐는 식이다.
 
이런 반응에 황 감독은 "스릴러라고 했는데, 유머가 많다.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유머도 나름 꼬았다. 그 톤을 잡고 찾아가면 재밌을 수 있는데, '뭐지? 뭐지?'하다가 영화를 따라오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한 번 보다는 두 번 보면 더 괜찮을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는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공포로 몰아넣다가 웃겨버리거나 울려버린다. 그러다가 다시 공포를 준다. 긴장하면 풀어주고, 풀리면 긴장하게 만든다. 관객의 마음을 가지고 놀 줄 안다.
 
황 감독은 "캐릭터를 따라간 영화고 그 주인공이 무시무시한 놈이다. 너무 무겁게만 펼쳐 놓으면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익상(김뢰하 분) 주변 인물들을 희화화시켜서 만든 이유도 그 때문"이라며 "내 주변 사람들처럼 그려놔야 관객들이 공감을 받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감독이 말한대로 영화는 묘하면서도 진한 메시지를 남긴다. 태수와 복순 뿐 아니라 대부분이 괴물이다. 기괴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누가 이런 괴물을 만들었나'라는 고민이 든다. 영화 말미 수 십명이 죽은 상황을 만든 최초의 원인인 전 사장(남경읍 분)과 그 피해의 끝에 서 있는 복순의 대면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황인호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황인호 감독이 '몬스터'를 통해 던지고 싶었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황 감독은 "진짜 비극은 자기가 피해자인지 모르는 거다. 지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평생 노예로 사용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더 악마라고 생각한다. 친구도 있고, 가정도 있는데 악행이란 악행은 다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고 운을 뗐다.
 
영화의 인물들은 먹이사슬로 구성돼 있다. 태수와 익상의 삼촌인 전 사장이 제일 상위 계급이면, 익상과 경자, 익상 패거리들이 그 다음 단계, 그 밑에가 태수, 제일 하위 계급이 복순과 나리다. 마지막에는 제일 위에 있는 전 사장과 제일 밑에 있는 복순, 나리가 만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 서로 모른다. 기막힌 아이러니다.
 
황 감독은 "그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 비극적인 파국이 있었고, 맨 위의 오더를 내린 사람을 만났는데, '이 아저씨는 누구야?'라고 한다. 전 사장은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원하던 물건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면이 한국사회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해서 기득권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배임이나 횡령 같은 행위들에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자살을 한다. 지옥을 맛 본다. 근데 아무도 그 두 행위를 잇지 못한다. 번개탄에 죽은 사람들과 기업의 배임행위는 연결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따라따라 가다보면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쫓는 복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복순이 자기가 전 사장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것을 모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복순을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이민기와 김고은이다. 두 사람의 변신은 눈에 확 들어온다. 로맨틱한 남자 이민기는 무시무시한 살인마로, 순백의 여고생이었던 김고은은 미친 여자로 나온다. 이민기는 스펙트럼이 넓음을 입증했고, 김고은은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터뜨렸다.
 
특히 이민기는 '오싹한 연애'에서 한 번 호흡을 맞춰본 배우다. 황 감독은 "내면에 뭔가 있는 친구"라고 느껴, 다시 작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작품이 마무리된 지금 '처녀봉'에 올라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민기가 이런 역할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이민기가 갖고 있는 내면의 강함을. 내 믿음이 맞았다. 뿌듯했다"며 "특히 흰 눈자를 크게 보이는 장면은 정말 대단했다. 그 장면을 '슬픈 살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만들어냈다. 모니터 앞에서 깜짝 놀랐다"고 치켜세웠다.
 
복순을 연기한 김고은에 대해서는 '타고난 배우'라면서 집중력이 대단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캐스팅이 결정된 후 이미 복순이 됐었다고 한다.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란다. 그리고 극중 다양한 바보 같은 장면은 김고은이 준비한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김고은은 배우의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황 감독은 "크랭크인 한 달전에 사석에서 만났는데, 복순이처럼 풀려 있더라. 연기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집중을 강하게 하는 친구라 여러 테이크 가는 걸 힘들어 했다. 해봤자 더 잘 안 나온다는 것을 본인이 아는 것이다. 진짜 메소드 연기를 하는 친구다"고 말했다.
 
이민기와 김고은만큼 중요한 배역이 있다. 극중 10살로 등장하는 안서현이다. 신통방통한 안서현의 연기력은 복순이 활개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디서 이런 재능이 발굴됐는지 놀라울 뿐이다.
 
안서현에 대해 황 감독은 "서현이는 천재다. 복순을 받쳐주는 유일한 캐릭터인데, 받아주더라. 배구로 치면 세터다. 공격수에게 공을 올려주는 역할이다. 이런 역할은 아역이 하기 힘들다. 그런데 해냈다. 충무로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면 연기력, 감각적인 반전, 진한 메시지, 유머와 감동을 포함한 감성코드 등 장점이 만개한 영화가 '몬스터'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금전적인 문제가 아닌 감정적인 문제였다고 한다.
 
황 감독은 "배우도 그렇지만 감독도 영화의 톤에 휩쓸리는 것 같다. 죽이는 장면을 찍는데 감독이 현장에서 웃고 다니고 그러면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특히 태수가 나리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너무 힘들었다. 그 느낌이 나야하는데,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조차도 힘들더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다음엔 말랑말랑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한다.
 
말랑말랑한 감성 영화에도 메시지는 꼭 있어야 한다는 황인호 감독이다. "영화가 메시지가 없으면 인스턴트 식품이다"고 말하는 그. 벌써부터 황 감독의 다음 메시지가 기다려진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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